정부가 본격적인 임단협 시기를 앞두고 연공급(호봉제)을 손질하면서 직무급·능력급을 도입하도록 하는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배포해 현장 노사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19일 현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개편 방향과 구체적인 업종별 개편 모델, 준수 사항, 정부 지원 대책 등을 담은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배포했다.
75쪽 분량의 매뉴얼은 많은 기업에서 적용하는 연공급이 생산성과 무관하게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고령화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성과, 능력을 반영하도록 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 또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을 통해 정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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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부가 임금개편 논의를 먼저 시작한 이유는 통상임금 확대, 고령화가 인건비를 높여 장기적으로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공급 체제에서는 근속 기간이 늘어도 생산성이 향상하지 않는 직종이 많아 60세 정년제가 시행돼도 실제 정년은 늘지 않고 고용 불안정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정부가 든 근거다.
또 기업은 인건비 증가를 우려해 청년 신규채용을 주저하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등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매뉴얼은 분석했다.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 간 연공에 따른 임금격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매뉴얼은 개편 방향으로 기본급 중심의 임금구성 단순화, 기본급 연공성 축소, 상여금 성과 연동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임금구성 단순화는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상여금을 기본급으로 통합하고 기타 수당은 직무가치, 직무수행능력, 성과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통폐합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기본급 연공성 축소는 연공에 따른 자동상승분을 줄이고, 수당과 상여금을 기본급에 연동하는 방식을 지양하도록 했다.
매뉴얼은 또 과도한 연공급에 기반을 둔 고정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한 변동급적 상여금 또는 성과금의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연공급 체계를 개편해 성과에 따라 호봉을 차등해 올리는 방법, 일에 필요한 지식, 기술, 역량을 평가해 보상하는 직능급, 개별 직무의 가치를 정하고 직무에 따라 기본급을 정하는 직무급 도입을 모델로 내놓았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임금체계 개편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노사가 매뉴얼을 참고해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성과, 직무에 따른 기본급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자 재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그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젊은 노동자가 많은 시대의 저임금체계인 연공급을 중고령 노동자가 늘어나자 직무, 성과급의 저임금체계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고령자 임금을 깎아 사용자 이윤을 보장하려는 편향적인 내용"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