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그룹 허재호 회장. (자료사진)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이 하루 벌금 5억원의 노역형을 선택한 것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법원이 뒤늦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24일 "오는 28일 개최될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환형유치 제도의 운영에 관한 적정한 기준 마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회에 발의된 '일수벌금제' 도입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에 관해 심층적인 연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독일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수벌금제는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재산 정도에 따라 하루 노역 일당을 먼저 정하고 범죄 정도에 따라 노역 일수를 일정 범위 안에서 부여하는 제도다.
하루 노역일당이 특정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으며 노역 일수에 대한 판사의 재량권도 제한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벌금액을 먼저 산정한 다음 벌금을 갚지 못할 경우 3년 이내의 노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총액벌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성명을 통해 "서민들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되어 하루 5만원에서 10만원씩 공제받는 것에 비해, 1만배 또는 5천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총액벌금제'의 허점을 지적했다.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맡아 5억원의 환형유치금을 선고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오랜기간 광주에서 근무해 온 전형적인 '향판'으로 알려지면서 향판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법원은 잦은 전보인사에 따른 재판 지연을 최소화하고 판사의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 아래 법관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 법원으로 전보하지 않는 '지역법관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한 지역에 일한 판사들이 지역 유지들과 유착하면서 크고 작은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향판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늘 존재해왔다.
이번 항소심 재판을 맡은 장 법원장도 1985년 광주지법 부임이래 두차례 순천지원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광주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
광주지역에 기반을 둔 대주그룹의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못하는 이유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향판의 폐단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애초에 검찰이 벌금에 대한 선고유예를 요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무거운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역시 향판제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역법관제는 잦은 전보인사에 따른 재판 효율성 저하 방지 등 장점도 있다"고 전제하고, "지역법관제로 인해 국민 전체의 법 감정에 반하는 재판이 이루어진다는 오해와 비판이 있다면,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