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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집단성폭행'', 비공개 약속 깨고 피해자에게 폭언

사건/사고

    ''여중생 집단성폭행'', 비공개 약속 깨고 피해자에게 폭언

    • 2004-12-09 07:25

    여경 배치 요구 외면, "밀양 물 다 흐렸다"

    피해자 가족들이 8일 오후 CBS울산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7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울산지역 언론사발로 ''고교생 41명 여중생자매 집단 성폭행 충격'', ''고교생 41명, 여중생 집단 성폭행'', ''10대 40여명이 여중생 집단 성폭행'' 등의 제목을 단 기사가 일제히 송고됐다.

    데스크를 거쳐 포털 사이트로 넘어 가면서 이 기사는 순식간에 주요 포털사이트의 뉴스 검색순위 최상위로 조회되었고 적게는 1000여건에서 많게는 3000여건이 넘는 댓글이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중앙일간지와 방송사들도 일제히 사회면 톱뉴스와 주요뉴스로 다루면서 ''여중생 자매의 집단 성폭행''을 기정사실화 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8일 오후 3시 2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울산시 남구 옥동에 소재한 생명의 전화 울산지부 부설 가정성폭력상담소 사무실 한 켠에서, 그리고 같은날 오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CBS울산방송 스튜디오에서 두차례 피해 자매의 어머니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어머니 강숙희(40. 가명)씨와 경찰에 최초 신고를 한 이모 강숙자(42. 가명)씨가 함께 했다.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최상위, 온오프라인 뜨겁게 달궈

    극도로 흥분해 있는 가족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먼저 따뜻한 보성녹차로 몇 모금 목을 축일 것을 권하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사실 인터뷰의 실마리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눈덩이가 퉁퉁 부은 채 기진맥진해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저도 자식을 둔 입장에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라고 하자 말을 잇지 못한 채 한동안 눈물만 펑펑 쏟아 내다가 얼마 후 "당신은 믿어도 되나, 도대체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쓸건데"라는 첫마디에 기자는 순간 당혹했다.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었던 자매의 어머니는 인터뷰 내내 통곡했다. 그리고 시종 눈을 감고 말을 이어갔다.

    3시간 30여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언론보도를 보면 마치 친자매와 고종사촌 자매가 함께 41명의 고교생으로부터 집단 성폭행당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며 더구나 동생은 절대 성폭행 당한 사실이 없고 경찰조사에서 그렇게 조서를 쓴 일도 없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 신고할 때 "비공개 원칙을 약속했으며 만약 지켜지지 않으면 담당 형사가 옷을 벗겠다고 했으나 이런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아 신분이 사실상 노출되었다"고 밝혔다.

    비공개 원칙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아 어린 학생 신분 노출

    특히 "수사 초기부터 여자 수사관의 배치를 요청했으나 첫날 여경이 잠시 얼굴만 비추고 다녀갔을 뿐 실제로 조사과정에는 단 한번도 참여하지 않아 남자 형사에게 성폭행 전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서 형사과 강력반의 일반 성인 피의자들과 함께 공개된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한 형사는 피해 여학생들에게 ''내가 밀양이 고향인데 밀양 물을 다 흐려놨다''는 등 견딜 수 없는 폭언과 수모가 이어졌다"며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매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경찰의 사려 깊지 못한 자료발표와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어린 학생들의 신상이 사실상 공개되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CBS울산방송 박준일/장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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