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사건이 발표되고 이틀 후 피해여중생의 어머니와 가족들의 "인권침해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면서 네티즌들이 분노하자 사건을 담당했던 울산남부경찰서는 자체 홈페이지에 ''향후 수사계획''이라는 글을 통해 형사과장 명의의 간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말을 넘기고도 네티즌들의 분노는 계속되면서 울산지방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이어 급기야 14일에는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문발표와 재발방지 약속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여성부가 현지 조사활동에 들어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조사 결정을 내렸으며 국회여성위원회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도 현지에 조사단을 급파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숨가쁘게 전개된 것들이다. 굳이 전개과정을 되짚어 보는 것은 늘 우리가 경험하듯 이번 사건 역시 한순간 불에 달군 양은냄비처럼 뜨거웠다가 금방 식고 마는 냄비근성은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우루루 몰려들어 제도개선이다, 재발방지 약속이다, 호들갑을 떨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한결 같았던 그 많던 대국민 약속은 빌공자가 되어 있는 것을 우리가 한 두번 보았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당서장과 형사과장 등 4명이 대기발령 또는 좌천인사 되었지만 이번일의 책임을 그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따지고 보면 1년여 동안이나 계속된 고교생 40여명의 집단 성폭행 사건을 해결하는 개가를 올려 큰 표창을 받았어야 할 경찰관들에게 인권침해는 그동안 너무도 일상적이었던 관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포상과 승진을 기다리고 있던 그 경찰관들에게 때 아닌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고,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징계의 멍에까지 써야 되었으니 재수 없다면 얼마나 재수 없다고 생각하겠는가.
즉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법적장치의 부족에서 오는 오랜 관행적 수사기법을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려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성폭행 사건에서 인권침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성폭행 사건시 여경배치와 진술녹화제도 등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 예산을 지원해 주면서, 그래도 잘못 되었을 때 나무래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사건도 양은냄비처럼 금방 달궈졌다가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라거나 허공에서 사라져 버리는 일시적 메아리가 아니길 기대해 본다.
CBS울산방송 박준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