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방송
요즘 들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이미지 광고가 넘쳐나 시각 공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버스의 행선지 안내 방송 역시 사이사이에 상업광고 방송이 넘쳐나는 데다 거의 소음 수준에 가까운 음량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14개 정류장 지날 때 8번 상업광고 방송
[BestNocut_R]
지난 20일 밤 11시 서울 노량진과 종로 등 강북 일대를 지나는 한 시내버스 안.
정류장에 도착할 때쯤 스피커에서는 "이번 정류장은 000이다. 다음 정류장은 00000입니다. This stop is 000. Next stop is 00000"라는 행선지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고 나서 안내방송보다 훨씬 높은 톤으로 "예문에 감동하고, 문제에 감복하여, 문법에 맺힌 한을 풀라…"라는 상업광고가 곧바로 이어졌다.
실제 이 버스가 종로에서 노량진 사이 14개 정류장을 달릴 동안 상업광고는 무려 8번이나 나왔다. 서울시의 공익성 홍보 광고까지 더하면 매 정류장마다 한 번씩 광고방송이 나오는 셈이었다.
특히 방송 음량은 귀를 찌를 듯이 쩌렁쩌렁해 승객들은 정보 제공 차원을 넘어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학원에 다니느라 매일 버스를 탄다는 김다슬(16.여) 양의 첫마디는 ''''너무 시끄럽다''''였다. 김양은 이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같은 광고를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소리로 계속 듣고 있자니 짜증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시민교통감시단 회원이자 20년 가까이 시내버스를 몰았다는 안상득(가명) 씨 역시 ''''행선지 안내 방송 소리는 작은데 광고 방송 음량은 더 큰 게 문제''''라며 ''''당연히 승객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 안내방송 기기, 볼륨 조절 어렵게 생산돼이처럼 넘쳐나는 광고방송도 모자라 소음에 가까운 방송 음량이지만 서울의 모든 시내버스의 경우, 운전기사가 운전 중에 볼륨을 마음대로 줄일 수 없도록 돼 있다.
현재 서울 지역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모두 7천 7백여 대로 버스 안의 자동 안내방송 기기는 모두 Y텔레콤이라는 광고대행사가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Y텔레콤 측이 생산한 기기는 모두 볼륨 조절키가 기기 내부에 들어가 있어 승객들이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청해도 버스 기사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의 버스 기사들 역시 ''''''광고방송이 너무 많다'', ''소리가 너무 크다''는 민원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운전 중에 소리를 낮추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Y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버스 회사에서 볼륨을 줄여달라는 요청이 많이 와 한 달에 두 번씩 돌며 볼륨을 적당한 크기로 조절해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는 행선지 안내방송 따로 광고방송 따로 녹음해 소리가 커서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무늬만 ''''시내버스 준공영제''''서울시 역시 이 같은 시내버스 방송 때문에 많은 민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통정책국 버스정책과 김기호 팀장은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듣기 싫은 광고를 억지로 들어야 하느냐, 귀가 따가워 광고를 듣지 못하겠다''는 등 많은 민원을 제기하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상업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딱히 없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또 ''''결국 해당 버스 회사에 민원 내용을 전달하고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4년 7월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하면서 버스 회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해마다 천 수백억 원의 세금을 버스 회사에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1천 6백억 원의 세금이 서울의 68개 버스회사에 투입됐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시민들의 귀를 ''''안녕하지 못하게'''' 하는 시내버스의 광고방송으로 버스의 공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