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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을 파기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체면을 크게 구기면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가 일단락됐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제일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안철수 대표였다. 안 대표는 지난 2012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자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처럼 세 후보가 모두 공천 폐지를 약속했지만 약속의 무게는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각종 기자회견과 행사에서 “기초단체의 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당공천 폐지는 더 자유롭고 더 독립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주민들의 뜻을 더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선 뒤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 입을 닫았고, 새누리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또다시 공약을 어긴 셈이지만 불리한 주제에 대해서는 늘 그렇듯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장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약속을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됐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대리사과를 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당 이군현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이 공약을 지켜드리지 못한 데 대해 대통령께 사과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엄호하기도 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일단 파기하고 침묵함으로써 비판적인 여론을 피해가는 방법으로 공약파기 목록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추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10일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이석현 국민여론조사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전당원 투표 및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무공천 폐지 결과를 보고받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라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정당공천 폐지가 민심과 당심에 의해 좌절되면서 체면을 크게 구겼다.
당초 안 대표의 정당공천 폐지 주장은 정당 민주주의과 책임정치를 거스른다는 측면에서 야권 내부에서 조차 별 호응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대선 때 안 대표가 주장했던 국회의원 정원 축소 등과 함께 공천 폐지는 새정치가 아닌 “반정치”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더 큰 저항에 부딪혔다. 새누리당은 공천을 하는데 새정치연합만 약속을 지킨다며 일방적으로 무공천을 할 경우 지방선거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급기야 “무공천을 하려면 차라리 정당을 해산하라”거나 “당원투표를 다시 실시해 당심을 물어 결정하자”는 등의 주장과 제안이 속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입장발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에 따라 안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고 당 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는 안 대표를 외면했다.
안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신념이 당원 전체의 뜻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없다”며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를 수용했으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새정치의 첫 번째 의제가 좌절됐을 뿐 아니라 공천문제로 당 내 논란을 벌이며 한 달 이상 지방선거 준비에 뒤처진 점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