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정로역 부근에 나붙은 선거독려 현수막들. CBS노컷뉴스 안서우 인턴기자
서울 중구 충정로역 앞. 사전투표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사전투표는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해 유권자가 지정된 선거일 이전에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도입됐다.
현수막은 충정로역 5번 출구 옆에만 10여개가 걸려있는데, 마치 거대한 병풍을 쳐 놓은 듯한 풍경이다.
현수막은 '5월 30, 31일 사전투표에 참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런 글씨보다는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 이름과 정당명이 압도적으로 크다.
겉으로는 안내용 현수막이지만 사실상 선거용 현수막인 셈이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런 해괴한 현수막이 출현한 것은 2012년 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원래 현수막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후보자 등록을 마친 일주일 뒤(올해의 경우 5월 22일)부터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된 공직선거법 58조1항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 출마자들은 바로 이 조항에 착안한 것이다.
자신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내걸되 투표독려 문구를 살짝 곁들이는 꼼수를 써서 '선거용 현수막'의 냄새를 뺀 것이다.
서울 중구의 투표독려 현수막
그러나 현수막을 선거법상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도 13일 "공직선거법에는 현수막 설치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 현수막이 불법 광고물이라는 얘기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수막 같은 옥외 광고물은 가로수나 전봇대 등에 표시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문제의 현수막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현수막이 (아무리 작은 글씨라도)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예비후보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그들 간에 현수막 내걸기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서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빚어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문제의 현수막을 선거운동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이런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안행위 차원에서는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