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선수쪽 선저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 침몰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야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후 만 하루가 지났다.
17일 11시 현재. 정부의 공식발표는 탑승자 475명, 사망자 9명, 실종자 287명, 구조자 179명이다. 그러나 여객선 침몰 직후 17일 새벽까지 정부 발표의 탑승자와 구조자가 고무줄처럼 5차례나 늘었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이미 신뢰를 잃었다.
언론 오보의 압권은 16일 오전 11시 5분쯤.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안산 단원고는 이날 오전 11시 5분쯤 "해경으로부터 전원구조 통보를 받았다"는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보내면서 혼란은 시작됐다.
거의 모든 언론들은 정부의 공식창구에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앞 다투어 이 오보를 보도하기 바빴고 1시간쯤 지난 12시 10분쯤 전원구조는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국가 재난방송인 KBS가 오전 11시 쯤부터 '탑승객 전원이탈'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것을 비롯해 공중파TV와 종편, 통신사, 신문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사들이 오보에 가세했다.
교육부가 새정치연합 박홍근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1시 10분 교육부의 상황일지에도 잘못 확인된 '단원고 학생 및 교사 338명 전원에 대한 구조가 완료됐다'고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교육청이 작성한 상황일지에서는 11시 2분 이 같은 상황을 해경으로부터 통지받아 교육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반면에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요청한 미국 시민권자 및 이중국적자 여부에 대한 문의 회신은 사고 학생들의 여행자 보험가입 여부에 대한 파악보다 앞서 3분 만에 이루어지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대응과정이 우선순위 없이 뒤죽박죽이었다"고 지적했다.
즉 국가기관 조차 사고수습 경과 정보를 절대적으로 언론에 의존하면서 상황보고도 언론보도보다 늦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RELNEWS:right}
일각에서는 언론의 오보가 범람하며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국가기관의 위기대응 타이밍마저 놓치는 결과를 불러 오지는 않았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주정민 교수는 "언론의 재난사고 대응 메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언론의 대오보가 비극적인 대참사의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며 멘붕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