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사람들이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을 하늘에서 찍은 모습. 배가 거의 해수면에 가깝게 누워있다. (연합뉴스)
1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조난 신고 이후에도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선내 안내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적절한 조치였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배가 빠르게 한쪽으로 기울며 침몰하는 와중에 선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신속하게 탈출할 기회를 잃고 배와 함께 침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17일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선사가 해경청으로 심사를 받는 '운항관리규정'에는 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 때 조치사항이 담겨 있다.
화재나 퇴선(배을 버림), 해양오염, 좌초 등의 위기상황에 따른 상황별 선원들의 특수직무(임무) 분담표가 있는 것이다.
이 규정에는 또 선박 및 수송시설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에 관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해경청 관계자는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 승객들에게 퇴선을 명령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선장이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승객들을 배 밖으로 대피시킬지, 또는 배 안에 머물도록 할지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조난 신고 이후에도 10여 차례에 걸쳐 승객들에게 선실 안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안내방송이 나온 것은 결국 선장이 당시 상황을 승객들을 급히 대피시켜야 할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에게 선실에 머무를 것을 요청한 안내방송은 결과적으로 선장의 판단 과실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명옥 한국해양대 교수(승선학과)는 "배가 화재나 좌초, 침몰 등의 비상상황을 만나면 승객이나 선원들을 선실에 머물게 하기보다 데크(갑판)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판에는 구명보트 등이 있어 유사시 대처하기가 쉽다"며 "갑판에 나오도록 한 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할 때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리면 승객들이 바로 대피할 수 있었는데 그런 조치가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목포지방해운항만청장과 목포해양안전심판원장을 지낸 김삼열(61)씨도 "비상상황이라면 당연히 유보갑판으로 승객을 대피시켜야 한다"며 "왜 유보갑판으로 대피를 유도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보갑판(遊步甲板)은 해양 전문용어로 승객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든 갑판이다.
김 전 원장은 "구조는 승객이 보여야 쉽게 할 수 있다"며 "'선실 안'에 대피한 사람은 당연히 구조하기 힘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승객 500여명이 움직인다고 해서 배가 쉽게 뒤집히는 것이 아니다"며 "게다가 사고 선박은 정원이 900명이 넘는 대형 선박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