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군.경 합동 구조팀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사망 실종 296명, 이들 가운데 학생 250명의 참변이라는 대참사 앞에서 대한민국은 할 말을 잃었다.
국가지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안전', '안전'을 부르짖었건만 현장에서는 안전의 '安'자를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침몰한 세월호의 선박회사에서부터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 등 승무원들과 해경과 해군, 안행부 등 관련 부처와 거의 모든 관련자들이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선장과 항해사의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선장의 나이 70세. 현장에서 떠났어야 할 나이에 475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 원래 선장 신모(47) 씨가 휴가를 가 대타로 기용된 이준석 씨는 1급도 아닌 2급 항해사였다.
선장이란 항해뿐만 아니라 선실의 안전과 화물의 선적까지 꼼꼼히 살펴야 하고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모든 승선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자리였건만 이준석 선장에겐 그 어떤 책임감도 없었다.
세월호가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할 당시인 9시쯤 1층 기관실에 탈출을 지시하고 자신도 탈출을 준비하면서도 정작 학생들에겐 선실이 안전하니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9시 30분쯤 가장 먼저 탈출해 배가 침몰할 당시엔 현장에 있지도 않고 뭍에 있었다.
맨 나중에 배를 버리고 나왔어야 할 자리가 선장이다.
이준석 선장은 가장 주의를 요하며 신중하게 운항해야 할 해역의 항해권을 나이 어린 항해사에게 넘겼다.
수사본부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사고 당시 선장은 조타실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령과 밤샘 항해에 따른 체력 고갈로 더 이상 조타실의 키를 잡기 어려워 신출내기 항해사에 넘긴 것으로 여겨진다.
선장 이준석 씨는 키를 넘긴 뒤 조타실에 있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타실에 없었고, 비몽사몽간에 사고를 접했기 때문에 상황을 오판했을 수도 있다.
오전 8시부터 조사실 키를 넘겨받은 항해사는 너무 어리고 경력이 일천했다.
올해 25살로 청해진해운 경력은 4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여자 항해사였다. 항해사 자격증도 3급이었다.
인천-제주 사이에 가장 난코스가 사고 발생 해역이다.
물살 빠르기가 울둘목에 이어 두 번째인 '맹골수도'의 바닷길 항해를 그런 경력의 항해사가 맡았다.
특히 항해사는 밀물이 막 시작되는 시간에 사고해역을 지나다가 방향을 급격히 선회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류의 세기를 감안하지 못하고 배의 속도를 높였다가 흔들리자 선회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조류가 빠른 해역에서의 항해 경험이 별로 없어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NEWS:right}
조류의 세기를 감안하지 못하고 배의 속도를 높였다가 흔들리자 선회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조류가 빠른 해역에서의 항해 경험이 별로 없어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장과 항해사를 포함한 세월호 승무원들이 초동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승객들에게 객실에서 대기하라고 수차례 안내방송만을 내보내며 대피시키지 못한 것이 고령의 선장과 미숙한 항해사의 오판과 당황함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증폭시킨다.
병원에선 나이가 많거나 너무 젊은 의사들에겐 중요한 수술을 맡기지 않는다. 민첩성과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력이 크게 떨어질까를 우려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