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엿새째인 21일 여야 지도부가 나란히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여야의 시선은 판이하게 달랐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월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정우택 의원 블로그 캡처)
◈ 與, 정부 갈팡질팡 집중 성토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대정부 성토장이 됐다.
대국민 사과와 구조 및 수색 독려, 법적·제도적 정비 방침 등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여당 최고위원들의 정부를 향한 맹공이 시작됐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어제도 정부 발표가 오락가락했는데 당국은 제발 책임자를 지정하고 100% 검증된 정보만 제공하라"면서 "현장에 책임자는 없고 가족들의 요구에는 미적거리니 청와대로 가자는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뜬눈으로 지새우며 구조를 독려했음에도 정부 대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질책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안전행정부, 군·경 등이 긴밀한 협조에 미숙한 점을 드러냈고, 재해대책기구도 총리실과 안행부에 각각 있어 불협화음을 냈다"고 지적했고, 유일호 정책위의장은 총체적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초기 대응, 허술한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언급하며 "국민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1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野 “대통령·정부에 간곡히 요청, 더 세심하게 대처해달라”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발언은 결이 달랐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및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어른이고 정치인인 것이 이렇게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적이 없었다. 국가가 무엇인지, 정치가 무엇인지를 자성하고 있다"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지 못한 점에 자책하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스스로를 책망했다.
김 공동대표는 "우리는 아직 포기할 수 없다"며 "어딘가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릴 이들을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체계적인 구조활동과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주시기를 대통령과 정부에 다시 한 번 간곡하게 요청한다"면서 "저희도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대처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더이상 실수가 이어져선 안된다. 할 말을 꾹 참고 있는 국민의 심정을 헤아려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원식 사고대책위원장이 정부 사고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 외에는 야당 수뇌부 모두 격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평소 정부를 대하던 태도와는 달리 마치 여야가 뒤바뀐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새누리당은 무능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집권여당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 정부에 대한 강한 채찍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를 지나치게 비판할 경우 자칫 국가적 비극을 정쟁에 악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번 사고를 통해 대한민국의 구멍 뚫린 국가안전관리체계와 허술한 사고대응체계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 만큼 국회가 재가동 되는대로 즉각 법적·제도적 정비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