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해역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민간 인양업체 언딘 마린인더스트리(이하 언딘)가 청해진해운과 선체 인양계약을 맺은데 이어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청해지 조선소'에서 바지선 진수식까지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가 사고해역에 투입되는 과정을 추적하면 청해진해운과 언딘, 해경 등 3자의 유착의혹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아흐레째인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현장에서 해군과 해양경찰, 민간 잠수사 등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언딘, 청해진해운 모회사인 청해지 조선소에서 진수식언딘은 세월호 침몰사고 다음날인 17일 오전 10시 경남 고성에 위치한 천해지 조선소에서 리베로 진수식을 거행했다.
특히 천해지 조선소는 사고책임자인 청해진해운의 지분을 약 40%가량 소유한 모회사이다.
언딘은 곧바로 이날 오후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선체 인양계약'도 일사천리로 체결했다.
언딘 관계자 역시 "청해진해운과 수주 금액이 적히지 않은 약식 인양 계약을 체결했지만 수색구조와 관련한 계약은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금양호 침몰사건 유족들도 "언딘이 당시 선실 진입이 어렵다며 인양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선체진입을 위해서는 5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딘 김윤상 대표, 해경청 주관 '민간인 자문단회의' 참석 범정부사고대책본부도 18일부터 바지선 '리베로'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고대책본부는 언론브리핑을 통해 "(리베로)가 날씨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천후 바지선"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언딘 김윤상 대표는 이날 저녁 최상환 해경차장 주재로 서해해양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바지선 '리베로'를 21일쯤 사고해역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표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MB정부 시절인 2012년 8월 수난구조법이 개정되면서 설립된 이 단체에는 최상환 해경 차장과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전·현직 해경 측 주요 인사들이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전남 진도 앞 바다 사고해역에서 해군과 해경 등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성호기자
◈ 첫 바지선 '2003 금호' 사고해역 도착19일 첫 바지선인 '2003 금호'가 사고해역에 도착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잠수부가 처음 투입된 시간은 16일 오전 11시 24분이었다.
잠수부들의 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바지선을 현장에 빨리 투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지만 실제 바지선이 도착한 것은 사고발생 나흘째인 19일 오전이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에 따르면 비상재해 등 '경쟁에 붙일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입찰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업체와 바로 수의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가 조달청에 확인해본 결과 정부는 이번 세월호 구조작업과 관련해 민간 업체들과 별도의 용역 계약을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리베로, 최종 선박검사도 없이 해상 운항언딘 바지선 리베로가 진수된지 4일 만인 21일 사고해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리베로는 한국선급으로부터 '경사시험' 등 최종 선박검사를 마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특혜의혹에 휩싸였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공개석상에서 "준공도 아직 되지 않은 배(바지선, 언딘 리베로)를 이 작업을 위해 급하게 불러왔다"며 "아직 내장도 뜯지 않은 배"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선박전문가들은 "명백한 선박법과 선박안전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경과 항만청 등이 왜 정식 선박증서도 받지 못한 '리베로'의 운항을 허가했는지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바지선 '현대보령호' 오션씨엔아이㈜ 홈페이지
◈현대보령호, 바다 위에서 56시간동안 '허비'대형바지선인 현대보령호가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해역 10㎞ 전방에 도착한 것은 지난 22일 0시 40분쯤이었다. 19일 오전 11시 부산항을 출발한 지 60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현대보령호는 해경 지휘부가 계속 '대기하라'는 지시만 내릴 뿐 바지선 추가투입 의사를 보이지 않자 24일 오전 9시를 기해 철수를 결정했다.
단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즉각 투입이 가능한 대형바지선이 바다 위에서 56시간 이상 허비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해경이 '언딘'을 지원하기 위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소조기에 바지선 교체작업으로 수색작업 중단22일부터 24일까지가 소조기였는데, 특히 23일은 소조기 중에서도 가장 조류가 약해 실종자 구조작업에 최적기였다.
하지만 언딘은 이날 사고해역에서 그동안 선내 수색작업을 지원했던 '2003 금호'를 빼고 '리베로'를 투입하는 바지선 교체작업을 8시간에 걸쳐 벌였다.
정작 중요한 수색 시간에 리베로를 설치하느라 아까운 수색시간을 놓쳤다는 거센 비판이 민간 자원잠수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먼저 와서 대기 중이던 현대보령호를 의식해 무리하게 교체작업이 이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여드레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 윤성호기자
◈'특혜수색' 언딘 리베로를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들이처럼 언딘 리베로가 사고해역에 투입되는 과정을 복기해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먼저 해경과 청해진해운측 업체 등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자끼리 사고 해역을 장악한 채 작업을 펼치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처럼 수색작업의 투명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