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인 가칭 '국가안전처' 신설을 지시함에 따라 어떤 형태의 조직으로 탄생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사고 예방과 초동대처 미흡에 대해 사과하며 총리실이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간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는 전담 부처를 설치해서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공언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 여야 정치권 역시 새로운 재난컨트롤타워 구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개편안 국회 통과와 국가안전처 신설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안전처의 위상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총리실 직속 기구로 편성될 것이 유력하며 처장은 타 부처에 업무를 분장하고 이를 총괄하는 등의 역할을 고려해 장관급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사고를 통해 비전문가들 중심으로 꾸려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무능.부실 대응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처장을 비롯한 국가안전처 소속 인원들은 전문가로 구성될 것이 확실시 된다.
따라서 전문가 중심의 국가재난처는 현재 사회재난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와 자연재난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방재청의 기능을 통합해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국가안전처의 주요 업무는 현장 상황을 지휘하는 업무가 아닌 현장을 지원하고 부처간 역할을 분담하는 등의 총괄 지원 업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미 지난 1993년부터 국가안전처와 같은 재난 컨트롤타워 구성을 주장해왔던 조원철 교수(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장)는 현장은 철저히 현장 책임자에게 맡기고 국가안전처는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국가안전처는 현장 관리하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정보, 인력, 물자, 기술 등 정부의 모든 방재자원을 지원하는 기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국가안전처가 이같은 지원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반드시 재난 현장에서 손.발 역할을 하는 현장조직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현장 조직이 제대로 구성이 되고 교육.훈련을 제대로 하는지 이것을 감시.감독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육상에서 일어나는 재난의 경우 그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아는 지자체의 전담부서가, 세월호 참사 같은 해상 사고의 경우 해상 상황을 가장 잘아는 그 지역 해경이 현장을 맡되 평소 이들이 재난에 대응하는 교육과 훈련이 잘 하고 있는지는 국가안전처가 감시.감독해야 한다는 것.
박 대통령 역시 "국가안전처는 군인이 전시에 대비해서 반복 훈련을 하듯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가져오는 사고를 유효화해서 특공대처럼 대응팀을 만들어 평소 훈련하고 만의 하나 사고가 나면 전문팀을 파견해서 현장에서 사고에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안전처 신설은 관련 부처의 인력과 장비 등을 통합해 매머드급 기구를 만드는 '기구통합'이 아닌 기존 기구의 기능 만을 총괄.관리하는 '기능통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과거 소방방재청 신설 당시 기구통합을 고려했더니 대한민국 공무원의 63%를 소방방재청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 기구를 한 기구 밑으로 통합하는 기구적 통합은 필요가 없다"며 "평상시에는 해경은 해경대로 국토부는 국토부대로 그 본연의 업무를 맡고 재난이 발생하면 빠르게 재난대응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국회 관계자 등이 조 교수에게 재난 컨트롤타워 구조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