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가 침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가개조 필요성만 주장할 뿐 스스로가 변화의 대상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과 초동대처 부실의 모든 책임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지만, 최종적인 책임을져야할 위치에 있는 점은 틀림없다.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침몰 사고 이후 두차례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몇 차례 사과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여준 모습은 '내탓이오'가 아니라 '네탓이오'에 가깝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사과를 미루다가 8일이 지난 지난달 24일에야 사과를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는 너무 늦은 사과였다.
그것도 유족들과 희생자, 국민들에 대한 자발적인 사과라기 보다는 여론에 등떠밀린 사과의 성격이 컸다. 앉은 채로 국무위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착석사과'였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한다. 사과 시기를 놓친데 대해 청와대 내부의 이견으로 갈등이 생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보다 앞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지난달 21일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질책하고 책임을 추궁하는데 집중했다.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반드시 단계 단계별로 철저하게 규명해서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승객들을 두고 탈출한 세월호 선원들과 선사인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회장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펼쳐지고 있다. 해경과 공무원 사회도 책임을 벗어나기 힘든 모양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청와대만은 책임의 무풍지대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 대통령의 공식 발언을 살펴보면 '내 책임'이라는 느낌을 읽을 수 없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해서 언론의 집중포화를 당했지만 박 대통령의 경고나 질타는 없었다. 김 실장은 청와대 내에서 '세월호 사고'를 담당하는 곳이 정무수석실이라고 했지만, 사고 이후 정무수석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대처가 적절했는지는 베일에 가려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세월호에 쏠린 틈을 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전직 검사를 민정비서관으로 임명했다. 신임 민정비서관의 인품이나 능력을 떠나서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국민통합과는 정반대의 인사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우이독경일 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종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앞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또 제대로 된 그런 국가재난 대응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여러 가지로 힘쓰고 있다"며 "제대로 된 이런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개조'를 위한 논의가 공론의 장에서 진행되지 않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문제다. 언론의 비판과 대안 제시를 검토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고는 있겠지만 진정한 공론의 장이 펼쳐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교체 대상인 청와대 비서진과 국무위원만의 백가쟁명일 뿐이다.
청와대는 국정원 '셀프개혁'때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대안에 대해 비판이 있을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청고당저'(청와대의 당 우위현상) 현상이 뚜렷한 현실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가 만든 '원안' 통과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국민들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개조 계획이 담긴 대국민담화를 그냥 지켜봐야 하는 처지지만 '조만간' 발표한다던 담화는 일주일이 다 되도록 언제할 지, 어떤 내용이 담길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 교수는 "여러 의견을 들어서 대안을 마련한 뒤 다시 한번 여론을 수렴해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 지지를 받겠지만, 그런 것 없이 이게 결론이다라고 하면 아무도 안따르고 신뢰를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