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목적의 실험 과정에서 유출된 바이러스로 세계적인 대유행병 발생의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류의 질병 극복을 위해 격리된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각종 병원균 실험이 치명적인 신종 유행병을 퍼뜨리는 위험만 키울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런 우려는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공중보건 연구팀이 의학잡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제기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마크 립스티치 교수와 예일대 앨리슨 갤버니 전염병학 교수는 공동 논문에서 아무리 잘 격리된 연구실이라도 변종 병원균의 유출을 완전히 막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요 병원균 실험실의 격리 설비와 연구환경을 토대로 연구실 10곳을 10년간 운영하면 연구진 1명 이상이 실험실의 병원균에 감염될 확률이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감염자가 연구실 밖으로 나오면 치명적인 신종 병원균이 외부로 퍼져 세계적인 대유행병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특히 호흡기관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는 기침만으로도 쉽게 퍼질 수 있어서 변종 및 신종 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일수록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를 다루는 생물학 연구는 격리된 환경에서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기보다는 자연환경의 바이러스에 대한 비교연구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과학계에서는 생물학 연구의 위험성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학센터의 바이러스 학자 론 푸시에 교수는 바이러스 비교연구만으로는 질병 극복의 열쇠를 찾기 어렵다며 반기를 들었다.
푸시에 교수는 "질병 연구를 위해 윤리성과 안전성, 안보적 측면의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2년 조류독감 신종 바이러스 논문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생물학무기 전용 시비에 휘말려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립스티치 교수는 1977~2009년에 유행한 독감 바이러스는 연구실 병원균에서 유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푸시에 교수는 그런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 사이먼 웨인홉슨은 이런 논란에 "바이러스 다루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문제에 대한 비판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차분한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