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숙적’ 이란과 외교적 대화를 모색하면서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이라크에 경비병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 테이블에서 이란과 이라크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이 관리는 “빈에서 열린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3자 협상(EU 포함)에서 이라크 사태 문제가 간략하게 거론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핵협상 전에 이라크 사태를 가볍게 언급했다며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의 위협을 완화하고 더욱 안정적인 이라크 정부를 만들기 위한 양국의 공조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의 종파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수니파와 쿠르드족을 아우르는 정부를 구성하도록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만약 이란이 강경 시아파 지도자들을 지지하면서 자국의 정예부대 ‘쿠드스’(Quds)를 파병할 경우 이런 계획은 좌절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핵협상에 앞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이라크의 통합과 주권을 존중할 준비가 돼 있다면 이란이 할 수 있는 건설적인 역할을 놓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과의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란과의 어떤 대화에서도 군사 협력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군사활동에 대한 이란과의 협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한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하자 자국민들과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미군 병력 275명을 추가로 파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보고한 공식 서한을 통해 “미국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병력을 파견했으며 이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바그다드에 배치되기 시작한 이들 병력은 이라크의 치안 상태가 안전한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머무르게 된다.{RELNEWS:right}
앞서 미국은 대사관 경비 강화 등을 위해 바그다드에 해병대 50명과 육군 100여명 등 약 16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이와는 별개로, ABC와 CBS 등은 미 정부가 소수의 특수 부대원을 파견하는 것을 유력한 군사적 대응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최고 100명 가량의 특수부대원이 파견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전투병이 아니라 대사관에 소속돼 이라크 군의 훈련 자문 등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