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올 들어 참사 수준의 대형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3개월 째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은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 논란으로 인사 참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차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시련의 계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이후만 해도 '규제혁파' 등을 부르짖으며 국정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던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동작 그만’의 정지 상태다. 국정을 돌리는 엔진이 거의 멈춰버린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청와대 입성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안전, 안전”을 외치며 안전한 국가를 화두로 삼을 정도로 안전을 강조했으나 지난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터졌다.
◈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는 대형 참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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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이던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등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부상당했다.
검찰은 부실 공사의 책임을 물어 20명을 사법처리했다.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3학년이던 고(故) 양성호(25)씨 등이 체육관 붕괴 사고 당시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다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참사로 대한민국호를 삼켜버렸다.
304명이 희생됐다. 대참사다.
70일이 다되도록 희생자 12명이 지금까지도 바닷물 속에 있다.
◈ 단원고 학생만 249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249명(사망 243명, 실종 2명)이 희생당했다.
학생 6명과 교사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단원고는 학생(249명)과 교사(12명)을 합쳐 261명이나 사망.실종됐다.
그것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대로 된 구조를 해보지도 못하고, 사고 초반에 허둥대다가 꽃을 피기도 전인 학생들을 사실상 수장시켜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눈물까지 뚝뚝 떨어뜨리며 대국민사과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지난 5월 28일 노인들의 전용 의료시설인 요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남 장성요양원에서의 화재 사고로 70, 80대 환자들과 간호조무사 등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CNN은 5월 28일 "한국의 병원 화재로 거동이 불편한 70, 80대 노인 21명이 사망했다“며 ”지난달 300명의 사망자 혹은 실종자를 낸 비극적인 여객선 침몰사고의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잔인한 5월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시 지하철 사고와 고양터미널 화재 사고 등의 일련의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 모든 사고가 인간의 잘못에 의해 발생한 ‘인재’였다.
◈ CNN 등 세계 언론들, 한국을 '안전 후진국'으로 보도CNN의 보도처럼 세계의 언론들은 한국이 경제성장만 했지 여전히 안전은 뒷전인 ‘안전 후진국’이라는 뉘앙스의 보도를 했다.
국민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고 지난 20일 실시된 민방위 훈련이 안전 훈련으로 실시됐으나 국민의 안전의식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여전히 미안하며 죄를 지은 것 같은 ‘먹먹한’ 세월이 계속되는 와중에 결코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군에서 총기난사사고가 일어났다.
전역을 3개월 앞둔 임모 병장(22)이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 최전방 철책선 GOP에서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현역 군인 5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임 병장은 21일 오후 8시 15분쯤 총기난사사고를 일으킨 뒤 수류탄과 실탄 60여 발을 가지고 달아났다.
임 병장은 23일 오전까지도 군수색대와 대치중이거나 달아나기를 반복하며 투항을 거부하고 있다.
임 병장은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위험군인 ‘관심사병’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군의 관심병사 관리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
◈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군 총기난사사고는 이 시점에, 왜?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달아난 임모(22) 병장이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우리 군과 교전 후 대치 중인 가운데 22일 오후 교전지역 인근에서 군용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군 병사의 총기사고는 때때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왜 하필, 이 시점에 일어났느냐는 우리로 하여금 한 번쯤 곱씹게 한다.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한 번의 사고는 또 다른 사고를 동반하는 경향이 강하다.
윤정로 한국사회학회 회장이자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0일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불안의 시대, 한국 사회의 길을 찾다’란 학술대회에서 “우리 사회가 불안과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흥구 보험개발원 부원장은 “후진적 인적 재난사고를 줄이고 안전후진국의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안전규정과 제도강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사고의 참사가 인사 참사를 부른 것일까?
사퇴하겠다며 사표를 이미 제출한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 후보자가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한데 이어 회심의 카드로 내세운 문창극 총리 후보자마저 사퇴 위기에 처했다.
“일본 식민지 지배와 6.25 전쟁이 하나님의 뜻”이라거나 “위안부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그의 발언이 일본 아베 정권의 위안부 도발과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사퇴론과 지명 철회론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을 조금은 이해하려던 민심이 문창극 후보의 인사 참사로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급속히 이반하고 있음이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3%까지 떨어진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반대가 48%로 처음 역전했다.
◈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반발과 도전이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반발과 도전이 심상치 않은 증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로 지명해 놓고서도 2주일이 되도록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식물 총리나 마찬가지인 정홍원 총리가 국정을 책임지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 입장을 두둔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정 마비 현상의 지속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 전직 고위공직자 "국정 마비는 불통의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