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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박근혜정부, 내정하면 사퇴·사의 총리는 유임

기자수첩

    무능 박근혜정부, 내정하면 사퇴·사의 총리는 유임

    정홍원 국무총리 (사진=윤성호 기자)

     

    청와대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국무총리 후보자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두 달 전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를 주저앉히는 헌정 사상 초유의 꼼수를 선보였다.

    정홍원 총리는 당초 세월호 참사 11일 만인 지난 4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사의를 표명했다.

    "우선 사고 수습이 급선무"라면서도 "더 이상 자리를 지켜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 사퇴의 변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러난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비판여론이 들끓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사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었다.

    청와대는 지난달 22일 안 전 대법관을 내정하면서 "공직사회와 정부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줬다"며 등을 돌린 민심을 위로할 적임자로 본 것이었다.

    법조인 외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사회 각 부분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총리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청와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청와대의 기대를 배신한 것을 안 전 후보의 전관예우 문제였다. 대법관 퇴임 위 5개월 동안 변호사 수임료로만 16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안 전 후보가 대법관 출신인데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벌어들일 수 없는 돈, 즉 "전관예우"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가 대검찰청 차장에서 퇴임한 뒤 7개월 동안 7억7,000만원의 급료를 받은 사실 때문에 자진사퇴했던 전례도 거론됐다.

    결국 안 전 후보는 내정 6일 만인 같은달 28일 자진사퇴했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앞세워 내정한 후보가 돈 때문에 낙마하자 청와대는 망연자실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박종민 기자)

     

    절치부심한 박근혜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었다.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 분",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이 발탁 배경이었다.

    그러나 언론인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총리 후보에 오른 문 전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친일·식민사관이었다.

    문 전 후보는 내정 직후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답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문 전 후보는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예전과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을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전 후보가 서울대학교 초빙교수 신분으로 강의를 하면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진 것이다.

    문 전 후보는 지난 2005년 3월 7일 쓴 칼럼에서도 "위안부 배상문제는 이미 40년 전에 끝났다"며 "끝난 배상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주장했다.

    언론인 시절 강경 보수로서 자신의 입장을 가감없이 드러낸 글들이 오히려 공직 후보로 내정되자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문 후보는 그런가하면 2011년 서울 용산의 한 교회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거나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연한 것으로 나타나 공분을 샀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으로부터는 "식민사관 옹호 미화",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는 "조선총독부 총독의 발언" 등의 비난을 받으며 여야 모두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반박했으나 내정된지 14일 만인 지난 24일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초대 총리 후보로 내정했으나 역시 도덕성 논란 때문에 청문회에 가보지도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집권 뒤 모두 4명의 총리 후보를 내정했으나 이 중 3명이 인사청문회 문턱에도 가지 못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급기야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자 이미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두 달 만에 다시 유임시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무능한 박근혜정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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