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가 배 위에서 백제보 인근에서 채취한 저질토의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4대강 사업의 부작용으로 보이는 현상이 금강 인근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역행침식으로 교량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고 요트선착장 건설로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녹조와 수질악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강바닥에서 퍼서 쌓아놓은 모래는 주민 건강과 생활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고 물이 흐르지 않으면서 강바닥은 생물이 살 수 없는 저질토로 바뀌고 있다.
9일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는 금강 주변을 찾았다.
4대강 사업 구역인 충남 부여의 호암교.
지난 1987년에 만들어진 호암교는 얼마 전 조사에서 역행침식으로 교각 아래 물받이공이 떨어져 나가고 사석보호공이 유실됐던 곳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역행침식으로 교각의 붕괴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
부여군은 최근 6800여만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기를 앞두고 호암교는 여전히 붕괴위험에 놓여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충남 규암면 금암리에 위치한 준설토적치장에서 포크레인이 모래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모래 선별작업 중 발생하는 비산먼지 등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은 농작물과 호흡기 등 건강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4대강 사업 공사 과정에서 나온 준설토를 쌓아놓은 부여의 준설토적치장도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이후 생기는 주요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규암면 금암리에 위치한 준설토적치장에 쌓인 모래의 높이는 약 40m가량으로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부여군은 이 모래를 선별해 올해 안으로 외부에 판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
모래 선별작업 중 발생하는 비산먼지 등으로 인근 마을주민들은 농사 등 일상생활과 호흡기 등 건강문제에 대한 민원을 충남도 등에 수시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선별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선별작업을 위해 하루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마을을 지나다니면서 소음과 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환경단체가 4대강 사업의 폐해로 지목하고 있는 또 다른 현장은 부여 왕흥사지터 인근 금강 변에 설치된 요트선착장이다.
요트선착장 건설로 물의 흐름을 방해해 녹조 발생과 수질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 환경단체는 또 다른 요트선착장인 세종보 인근의 마리나요트선착장을 비교 대상으로 들고 있다.
이곳은 현재 거의 이용이 없는 상태로 인근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대거 발견됐다.
부여 요트선착장의 경우 백제보 바로 아래 위치해 물의 유속이 그나마 있는 편이라 큰빗이끼벌레가 다량 서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리나요트선착장은 세종보 위에 위치해 정체된 수역 안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다량 발견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이밖에 환경단체는 백제보 인근 강바닥에서 채취한 토양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날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 등이 배를 타고 나가 이른바 저질토를 채취했는데 강바닥에서 가져온 모래에서는 역한 분뇨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래라기보다는 진흙에 가까운 점성을 보였는데 이는 유기물이 많다는 뜻으로 그만큼 오염물질이 쌓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RELNEWS:right}
특히 유속이 느려지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모래에 물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현정 박사는 "강바닥에는 모래가 있고 그 안에 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그 안에 들어가 살기도 하는데 강바닥이 이런 식으로 점도가 높은 상태가 되면 강바닥에서 사는 생물들은 살 수가 없고 여기에는 생태가 전혀 다른 생물들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녹조 조기 확산, 큰빗이끼벌레, 저질토 등 우리가 평소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금강의 역행침식 피해와 준설토적치장 인근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