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자료사진)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인 유병언 씨를 검거하지 못하고 시신만을 수습했다면 검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조직폭력배들에 대한 수사 방식이 아닌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 형태로 진행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유 씨를 검거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지난달 12일 발견된 변사체가 유 씨가 맞다는 말도 못하고 있다.
검찰은 소환과 영장실질심사를 거부하는 유 씨 검거를 위해 지난 4월 23일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인 유병언 씨와 큰아들 대균, 작은 아들 혁기 씨 집과 금수원 등 15곳을 압수수색하고 5월 19일 금수원을 급습한 이후 유 씨의 꽁무니만 쫓았다.
5월 8일 혁기 씨가 소환에 불응할 때부터 유병언 일가의 검찰 소환 불응은 예견됐고 도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5월 13일 유병언 씨가 검찰 소환을 거부하는데도 검찰은 5월 17일까지 시간을 끈다.
유 씨가 도망갈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검찰은 5월 18일에야 유병언 일가 전담 검거팀을 구성했다.
검찰과 경찰은 하루 뒤인 5월 19일 금수원 뒷산에 있는 유 씨 별장을 찾았으나 유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금수원 압수수색 중인 경찰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은 5월 21일에야 유 씨가 머물고 있다고 판단해 구원파들의 본거지인 금수원에 대한 경찰력을 투입한다.
내부를 샅샅이 뒤졌으나 체포를 하지 못했다. 유 씨는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간 뒤였다.
5월 22일 검찰은 유병언 부자를 체포하기 위해 현상금 6,000만 원에 전국에 지명 수배했다.
5월 25일 전남 순천의 송치휴게소 부근의 유병언 별장을 급습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유 씨를 놓쳤다.
그러자 검찰은 유 씨 부자에 대한 현상금을 6억 원으로 올리며 반상회까지 열고 검문검색에 군까지 동원했지만, 허탕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두 차례나 유병언 씨를 속히 검거하라고 독려했으나 검찰은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에서 유 씨를 놓친 이후 행적조차 추적하지 못했다.
6월 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백골 상태인 변사체가 발견됐고 변사체의 DNA 검사 결과 친형인 유병일 씨와 거의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DNA 검사 결과가 나온 7월 21일, 검찰은 두 달 기간으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6개월짜리 구속영장으로 재청구한 것이다.
유병언 수사가 현 수준에서 멈출 수밖에 없고 유 씨의 입을 통해 밝힐 수 있던 세월호 참사의 원인뿐만 아니라 그의 정·관계 로비의 실체도 밝혀내기 어렵게 됐다.
유병언 전 회장의 자택.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지난 4월 21일 유병언 일가 특별수사팀을 꾸릴 때나, 4월 23일 유병언 씨 집과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당시에, 바로 유병언과 유대균의 집을 덮치고 금수원을 진입하는 등 체포작전을 벌였다면 지금 같은 수모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인천지검)은 유병언 일가에 대한 수사를 일반 기업인들에 대한 비리 수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리와 불법의 물증을 광범위하게 확보한 이후 신병을 소환하는 방식의 수사 형태였다.
304명이 희생됐으며 4월 16일 참사 날부터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가 유병언 씨라는 보도가 나왔음에도 검찰은 국민의 지탄 여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통상적인 기업 수사에 매달렸다.
전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유병언 씨가 언제든지 도피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먼저 유병언 씨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일단 구속한 뒤 총체적인 비리와 불법 행위를 수사했어야 했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