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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대강의 재자연화가 창조경제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8조 원. 국토교통부는 수자원공사에 떠안겼던 4대강 부채에 대해 대책을 찾아보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4대강 사업 이전에 2조원 정도이던 것이 지금은 14조원이다.

    4대강 사업으로 덤터기를 쓴 건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4대강 사업을 하면 강물이 맑고 시원하게 흐른다 하더니 올해만 4조400억 원을 4대강 수역의 수질개선사업비로 쓴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20조 원 정도 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10조 ~12조원이면 되던 것이 2배로 늘어났다.

    57억 원을 쏟아 붓고 매운탕 한 그릇 못 건진 4대강 로봇물고기 사업은 또 어떤가? 2011년 11월 15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방송했던 기자수첩 내용이다.

    “..... 4대강 수질 평가와 감시를 위해 로봇 물고기를 만들어 방생한다고 하는 게 그런 것이다. 일단 60억 원이 투입됐는데 언제 태어날지는 모른다.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합천보 상류 회천합류지(자료사진)

     

    1급수에 사는 물고기는 열목어, 버들치, 산천어, 2급수에 사는 물고기는 꺽지, 피라미, 갈겨니, 3급수에는 붕어, 잉어가 산다. 면사무소 공익근무요원이 자전거 타고 강을 죽 훑으며 낚시꾼과 어민들에게 물어보면 지점별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컵으로 물 떠다 대학 연구실에 가져다주면 성분도 금방 나온다 .... 돈은 돈대로 쓰고 돈 되는 생산물은 나오는 게 없는 방식의 난개발, 헛개발은 참고 보아주기에 너무 딱하다.“

    4대강 2곳 중 1곳은 물의 흐름이 너무 완만해 호소화를 겪고 있다. 4대강 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가 전문가를 동원해 조사한 결과 4대강 12곳에서 유속이 초당 2센티미터로 나타났다. 고여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러니 수온이 오르고 물의 저항능력이나 정화능력이 떨어져 녹조가 크게 번지는 것이다. 이른바 녹조라떼의 배경이다.

    바닥 흙은 모래에서 실트질로 바뀌고 있다고 조사됐다. 실트질은 점도와 밀도가 높아 녹조가 번지는 원인을 제공한다. 4대강 사업 이전 강바닥 실트질 비율은 10%에 못 미쳤으나 지금은 낙동강 20%, 영산강 20.5%, 금강 54.7%, 한강 16.3%, 평균 28%이다.

    강물이 스스로 흐르도록 허하라 !

    이제 4대강 사업의 방향은 재자연화로 가야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장되어 온 것이고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광주전남의 새 지자체장들은 재자연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자연화는 한계가 있다. 보를 해체하는 등 핵심적인 작업에서는 정부가 동의를 해줘야한다. 4대강에 목매던 대통령은 물러갔으니 정부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길 바랄 뿐이다. 4대강 주변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도 개발이 아닌 재자연화 쪽으로 대폭 손질해야 한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도 한강과 낙동강의 생태계 복원 계획이 들어 있고, 1조2천억 원 규모의 비용 계산도 포함됐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재자연화 사업이다. 평가된 내용을 명확히 공개하고 책임에 대한 정치적 공방과 관계없이 4대강을 살리는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4대강 사업처럼 강을 재단해 직선화 했다가 재자연화 사업으로 되살려낸 예는 선진국에 얼마든지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 소개된 독일의 엔츠강을 살펴 보자. 이 강은 8년에 걸쳐 강변을 정비했다가 강물이 오염되며 수생물이 멸종해 버린 곳이다. 강의 수질을 높이기 위해 오염물질 규제 등의 대책을 펴오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재자연화 사업을 벌였다. 강 중간의 턱을 허물어 물고기들이 맘껏 이동할 수 있게 했다. 강을 파내 유속을 높이려 하지 않고 중간 중간 인공섬이나 모래톱을 만들어 물살이 느린 곳을 만들어 두었다. 물고기들의 산란장소나 새들의 휴식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강변에 버드나무도 심었다. 모래나 흙이 물살에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물고기가 돌아 오고 가재가 돌아오고 이들을 따라 가마우지도 나타났다. 그리고 개들이 강에 접근하기 시작했고 사람도 강변으로 돌아왔다. 재자연화 사업을 하면서 강 전체를 일시에 재자연화 사업으로 되돌려 놓은 건 아니다. 일부는 직선화 사업 때 모습으로 남겨 둬 자연화 구간과 직선화 구간의 생태 변화를 측정해 반영했다.

    재자연화 사업이라고 해서 한 번에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4대강 사업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생태복지로 세계 최하위권에 속하는 우리로서 4대강은 생태복지의 핵심 분야이다. 또한 4대강의 재자연화는 가장 창조적인 국책사업이다. IT분야에서만 창조를 찾을 게 아니다. 대대손손 이어갈 푸른 4대강 만들기야 말로 창조경제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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