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세월호 늪에서 벗어나 경제활성화와 민생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윤 일병 사건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병영문화 개선을 강조해 왔다. 멀리는 지난해 국방부 업무보고 당시 "군내에 폭행사고나 자살사고, 급식사고가 발생하면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님들은 평생 마음에 고통을 안고 살게 될 것"이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가깝게는 지난 16일 열린 전군지휘관 오찬에서 GOP 총기사고를 언급하면서 "각 군 지휘관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서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군 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윤 일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책임자 문책론이 일고 있다. 청와대도 윤 일병 사건이 사회에 던진 파장을 고려했을 때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선까지 문책하느냐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채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사단장, 군단장, 참모총장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한민구 국방장관과 사고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안보실장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질 사람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일단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일병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모들이 자식들을 안심하고 군에 보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며 "고위직 인사까지 문책을 한다는 기사가 있는데, 진상조사가 우선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 정도의 언급 갖고는 격앙된 여론을 진정시키지 못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곤혹스러움이 더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재발방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그에 따라 문책범위도 결정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육군 윤 일병 폭행 사망과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우측)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청와대의 이런 분위기는 문책범위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나 그 윗선인 국방부장관 안보실장까지 확대돼서는 안된다는 기류로 연결된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아닌 실질적 책임자에서 꼬리를 자르겠다는 것이지만 사태 진행에 따라서는 권 총장을 내줄 각오도 해야 한다.
권 총장 본인도 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참모총장은 모든 육군 책임을 최종적으로 지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책임질 준비를 하고 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NEWS:right}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대처가 유병언 검거 실패때와 다를지도 관심사다.
유병언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검·경 무능론과 책임론이 제기되자 새누리당은 확실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경질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유야무야 지나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