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 진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유엔 외교가에서는 이 문제가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엔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최근 이옥선(87), 강일출(86) 두 할머니의 미국 방문을 즈음해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9월 유엔 총회를 앞두고 일본 정부에는 엄청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소식통은 "군 위안부 문제는 당장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하면 할수록 평화와 인권 추구가 존립근거인 유엔에서 일본의 고립은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사국 진출을 위해 '우군 확보'가 필요한 일본으로서는 군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부정적 여론이 더욱 높아진 게 엄청난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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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미국 정부의 최고권력기관인 백악관과 국무부가 지난달 말 두 할머니를 '이례적으로' 면담한 이후 "개탄스러운 것이며 중대한 인권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백악관은 오는 10월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다시 초청해 2차 면담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을 최일선 동맹국으로 생각하는 일본으로선 지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엔의 인권문제 최고 수장인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이달 초 "군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이 (일본에 의해) 여전히 유린되고 있다"면서 "일본은 이 문제를 영구해결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본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에 반대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데 맞춰 압박 수위를 높일 태세다.
무엇보다 오늘 9월 유엔을 공식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군 위안부 문제에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 시점에서는 박 대통령이 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 차원에서 접근할지, 일본을 직격하는 방식으로 다가갈지를 놓고 선택만 남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유엔 총회 기간에 중국과 네덜란드 등 군 위안부 피해국은 물론 북한까지 일본 공격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필레이 최고대표의 이번 공식 발표를 계기로 군 위안부 문제가 9월 유엔 총회로 넘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위해 벌써부터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는 일본으로선 사면초가의 형국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독일, 인도, 브라질과 함께 '4개국 그룹'(G4)을 구성,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을 11개국으로, 비상임 이사국도 10개국에서 14개국으로 늘리는 안보리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유엔 총회를 안보리 개편의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안보리 개편안을 관철하려면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12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비상임 이사국 진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1957년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08년까지 총 10차례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이는 유엔회원국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비상임 이사국에 진출한 뒤 궁극적으로 상임이사국 지위에 오른다는 복안을 세운 일본은 우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막후 작업에 한창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7월 말 중남미 순방에서 카리브해 국가들을 자기세력화하고자 '공적개발원조'(ODA)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제력 수준상 'ODA 수혜국' 지위를 졸업한 이른바 '중간소득' 국가일지라도 일본 안보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재차 지원하겠다는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유엔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내던지는 당근의 효력이 적지 않겠지만 군 위안부 문제가 크게 불거진 상황에서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은 갈수록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지어 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1차 목표인 비상임이사국 진출에도 엄청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