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양당야합은 원천무효"라는 피켓을 들고,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도심 문화제를 통해 거듭 촉구했다.
일부 유가족과 시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점거 농성에도 돌입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등은 9일 오후 7시쯤부터 서울 광화문과장에서 주최측 추산 약 5,000명(경찰 추산 약 1,800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화문에서 외치다’는 문화제를 열었다.
촛불을 켠 유가족들과 문화제 참가자들은 '수사권 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이라고 쓰인 노란 피켓을 들거나 종이배를 접어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라고 적어 머리에 썼다.
이날 문화제에는 27일째 단식 농성 중인 안산 단원고 희생자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발언자로 나섰다.
참가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아버님, 힘내세요”라고 응원했다.
유민 양의 아버지는 큰절 인사를 한 뒤 “국민 여러분의 응원이 있어 27일을 굶어도 배가 부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직 제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면서 “국민 여러분도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단식농성 내내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는 이유와 청와대 항의방문을 직접 걸어서 가는 까닭에 대해 “제가 눕거나 두 다리를 뻗거나 훨체어나 봉고차를 타는 순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요구한 세월호 특별법이 되지 않는다면, 관을 짜놓고 죽을 때 까지 단식농성을 하겠다"면서 "대통령 고집이 쎈지 내 고집이 쎈지 꼭 보여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식농성을 제대로 했으면 벌써 실려갔어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을 향해서는 “공식사과를 할 때까지 의료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세월호 국민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청와대를 수사하고, 청와대에 범죄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그렇게 할 수 있겠냐”면서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으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수사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이 넉 달 동안 우리가 제기한 의혹을 하나라도 제대로 밝힌 게 없다”면서 “그래서 범국민적 진상규명특위를 만들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제에는 정한별밴드가 고 김현식씨의 '내사랑 내곁에'를 부른 것으로 막이 올라 가수 백자, 밴드 에브리싱글데이, 대학생 합창단의 공연에 이어 밴드 시나위가 대미를 장식했다.
구중서 시인은 ‘다 끝났다’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하며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사람들, 불의를 저지른 사람들의 운명은 이미 끝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화제가 끝난 뒤 참가자 수백명은 여의도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으로 몰려가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일부 유가족과 대책위 관계자 10여명은 새정치연합 당사를 항의방문한 뒤 점거 농성에 돌입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