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대한전선의 자회사 티이씨앤코가 중소기업과의 사업부 양도 약속을 하도급 계약으로 뒤바꾼 황당한 갑질은 대한전선의 매각 일정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대한전선 매각이 통째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자회사인 티이씨앤코를 우량기업이라 포장해야 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D사는 이 '포장' 과정의 희생양인 셈이다.
티이씨앤코 홈네트워크 사업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연구소 인력은 이미 D사에 전원이 옮겨와 있는 상태다. 티이씨앤코에서 2005년부터 소장직을 맡았던 정모 씨(현 D사 수석연구원)는 "D사로 사업부를 넘긴다고 해서 티이씨앤코 연구소에서 쓰던 컴퓨터며 모든 자재들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티이씨앤코와 D사 간 작성한 합의서는 금형자산과 특허권, 노하우 및 기타 재산권을 일정 시점에 "무상으로 이전한다"고 쓰고 있다. 여기에 티이씨앤코가 진행하던 하자보수 작업과 신규수주 건까지 D사가 떠안아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티이씨앤코 내에서 홈네티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스마트사업부는 사실상 D사에 넘어간 것이다.
내용은 스마트사업부 양수도이면서도 형식은 하도급이다.
그럼에도 대한전선이 "하도급 계약일 뿐 사업부를 넘긴 건 아니"라며 당초 6월로 예정된 자산이전을 미루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 자회사 티이씨앤코의 가치를 높게 가져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해당 자산을 쥐고 있어야 '포스코와 SH공사 등 유수의 건설사로부터 수주건을 따내는 티이씨앤코'라는 멋진 외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수주 현장이 티이씨앤코가 명의만 갖고, 사실상 D사로부터 시공부터 지휘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그래픽=김성기)
◈ 스마트사업부 양도 공시 않은 채 200억 유상증자
스마트사업부는 티이씨앤코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해당 사업부의 양수도는 자본시장법상 공시 대상이다. 실제 업무 내용이나 주요 자산의 '무상이전'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티이씨앤코는 아무 내용도 시장에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7월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며 2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투자금을 모은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이라고 해도,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은 시장에 알리는 것이 맞다"며 "공시제도의 기본 취지는 기업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주주들에게 사업 계획을 알리고 비전을 제시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이씨앤코는 유상증자 뒤 자산총액의 30% 가까이 되는 부동산까지 처분하면서 '몸값'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9월 들어 주가가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지만 티이씨앤코 측은 12일 "공시할 사유가 없다"고 답했다.
◈ 대한전선, 구조조정위해 중소기업 볼모대한전선 관계자는 "티이씨앤코과 D사간 합의는 양수도 계약이 아니라 하도급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시의 의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합의서 상 자산의 '무상이전' 수순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업무하도급 및 하자보수가 모두 완료되면 업무용 자산 중 금형에 대한 무상 이전을 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