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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 카드도 없는 상황이라, 엔저가 지속될 경우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원엔 환율은 956.30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대일 수출액이 반토막이 나고 있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수출업체들 역시 울상이다.
이같은 상황은 아베 신조 일보 총리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며 '돈찍어 풀기'를 멈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엔화의 약세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반대로 원화는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신흥국 가운데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평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환율 전쟁'에서 이기기 힘든 조건이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과거 원·엔 환율 하락 이후 발생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응 카드는 마땅치 않다. 원화와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처럼 정부 당국이 개입해 하락을 막을 수가 없다.
현재의 일본이나 2010년의 미국처럼 우리도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서 원화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긴 하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얘기다. 하지만 효과는 없으면서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더 크다.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원화는 국제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지 않아서, 돈을 푼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기 어렵다"며 "금리를 내리는 방식은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하기 어렵고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만 있다"고 말했다.
정책수단이 부재한 가운데 그나마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경상수지 악화->원화 가치 하락->원엔 환율상승'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심각한 내수부족에 시달리면서 기업수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시나리오에도 부작용이 함께 담겨있다.
다만 엔저 가속화에 대한 전망이 과장됐고, 엔저를 전적으로 불리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에서 중간재를 수입할 경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달러 대신 엔화 결재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원엔 직거래 시장에 대한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때라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