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국정감사를 계기로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낭비한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의 문제점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국감에서는 지난 2009년 캐나다 석유회사인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사업이 실적 쌓기로 추진된 총체적 부실덩어리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하베스트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껍데기뿐인 자회사를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려 1조 3천억 원에 사들이고. 이후 5년 간 6천억 원을 투입하고도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돈만 날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자원외교 실패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광물자원공사는 멕시코 볼레오의 동광사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지급보증과 담보를 합해 2조 3천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국민의 부담으로 남고 말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2조 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을 따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것도 4천 4백억 원을 낭비한 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볼리비아 리튬 개발사업이나 비리와 주가조작 의혹으로 얼룩진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 등 자원외교로 추진된 사업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날린 돈이 무려 20조 원 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과 맞먹는 규모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가 69개 사업에 27조 원을 투자했지만 수익으로 회수된 것은 겨우 3조 7천억 원에 불과했다. 이 바람에 석유공사의 빚이 4.7배 늘어나고 가스공사는 3.7배, 광물공사는 6배 증가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과 더불어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큰 자랑거리로 홍보하고, 그만큼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지만 성과는커녕 국가 살림에 주름만 더 늘어나게 한 셈이다.
공기업들이 무리하게 해외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몰아붙이기식 자원외교가 통치 차원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들이 자원외교라는 명목으로 전 세계를 휘젓고 다녔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보여주기 식 성과에 집착한 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국제 에너지 사업의 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충분한 사업성 검토나 적절한 검증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자원외교가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문제투성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의지가 컸다 하더라도 득실을 따져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청와대 참모나 관련 부처가 해야 할 일이다. 당시의 해외 투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진행됐고 그 결과는 무언인 지 철저히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때문에 당시 관련 부처와 공기업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더욱이 일부 사업은 비리의혹도 있었지 않은가? 짧은 국정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정조사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