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의 전경. (자료사진)
정부가 지금의 전월세 시장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또다시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체 전월세 시장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공공임대 주택'을 중심으로 약발 없는 단기처방만 쏟아내고 있다.
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도 대출 금리를 낮춰줄테니 전월세에 적응해 살도록 유도하는 단기 응급처방에 그쳤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양치기 소년'처럼 더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임대주택 확대 공급…수급 불균형 해소 역부족국토교통부는 내년에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당장 내년에 서울에서만 재건축 이주 수요가 5만 3,000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규 입주물량은 4만 1,000 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1만 2,000가구는 전월세 집을 구하기 위해 입주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30일 발표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은 내년에 매입.전세주택과 공공임대리츠를 당초 9만 가구에서 11만 가구로 2만 가구 늘리는데 그쳤다.
재건축에 따른 전월세 부족분 1만 2,000가구와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신규 자연발생 물량을 감안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내집을 사기 보다는 전세로 살겠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내년에 재개발에 따른 이주자 수요까지 감안하면 심각한 전월세난이 우려된다"며 "하지만 정부의 이번 공급대책 가지고는 한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임대주택 공급시장, 민간 투자 유도…불안감 여전정부는 민간사업자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10년 이상 장기임대 주택에 대해선 기준용적률 200%를 최대한 보장하고, 다세대·. 연립주택의 건설자금은 시중금리인 3.8∼4.0%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면 5년간 양도소득의 5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여기에, 준공공임대 주택의 의무 임대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줄여주고, 구입자금 금리도 2.7%에서 2%로 대폭 내려줄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2015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단기처방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은 민간사업자들의 투자 불안감을 해결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전월세 대출금리 인하…전세 대책 빠져정부가 마련한 이번 대책의 또다른 핵심은 전월세 자금의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내용이다.
2015년 한시적으로 취업준비생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월세 대출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들에 대해, 연리 2%에 매월 30만원씩 2년간 720만원 한도로 월세자금을 대출하는 상품이다. 상환조건은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일시상환해야 한다. 단, 최장 6년까지 3회 연장이 가능하다.
또, 저소득층 월세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보증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월세납입 보증 범위를 임차료 9개월분에서 24개월분으로 확대하고, 보증가입 대상도 신용등급 1∼6에서 1∼9등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주보 보증료도 신용 3등급 기준 0.6%에서 0.3%로 낮추고 사회취약계층은 보증료 30% 추가 할인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세 자금에 대한 금리인하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국토부는 지난 2009~2011년 전세가격 급등에 따른 상승분이 누적되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전세가격 부담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09년 1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소비자물가는 14.8% 상승한 반면, 전세가격은 전국 기준 46.6% 상승했다.
이런데도 정부가 전세자금에 대한 지원대책을 빼놓은 것은 정부 스스로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목돈이 들어가는 전세주택을 얻을 바에야 차라리 주택을 구입하라는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과 맥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