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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앨범 이후 8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다. 음악소비주기가 빨라진 현 가요계에서 이는 대단히 긴 시간이다. 그것도 신인이라면 특히 그렇다. 독특한 행보는 또 있다. 일본의 공룡 기획사 요시모토 흥업의 러브콜로 현지 진출을 앞둔 것. 창업 100년 이래 처음으로 선택한 한국가수가 ‘마이네임’이다.
마이네임은 지난해 데뷔곡 ‘Message’ 활동을 마친 뒤 ‘원시인’처럼 살았다. 음악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첨단기기를 멀리하고 연습에만 매진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멤버들의 실력을 몸소 느끼면서 오랜 공백기에 대한 감각마저 둔해졌다. 오직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음반을 만들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인터넷과 멀어졌어요. 휴대폰도 옛날 거고 컴퓨터도 사용할 수 없었어요. 사무실, 연습실이 지하라 빛을 볼 시간이 없어요. 아침에 들어가서 밤늦게 나오니까요. 과일만 봐도 웃음이 날 정도였죠. 틈이 나도 놀 것이라고는 멤버들밖에 없었고요. 별 것 아닌 거에도 우리끼리 예능을 찍었어요. 덕분에 더 끈끈해졌어요”
회사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곡 작업부터 녹음, 촬영 등 모든 스케줄에 전 팀이 함께 다니며 의견을 주고받고 호흡을 맞췄다. “우리를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는 회사 식구들에게 가장 감사하다”는 마이네임, “새벽 3시쯤 퇴근하는 우리를 부러워하더라. 미안해서 떡볶이라도 사들고 다시 간다”는 회사 스태프들이다.
그렇게 완성된 앨범이 ‘Hello &Goodbye’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부드러움 속의 강렬함을 보여준다. 표현은 다소 절제했지만 보컬과 퍼포먼스는 더욱 단단해졌다. 또 인트로곡인 ‘Say MY NAME’은 이번앨범의 색깔을, 보컬라인이 돋보이는 ‘Girlfriend’와 발라드 ‘Replay’는 실력파 마이네임의 미래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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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우리한테 기회를 주셨고 소통을 많이 하다 보니 우리에게 맞는 스타일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우리만의 음악을 찾아가고 싶었고 조금씩 우리 자신을 알게 되니 자신감도 생겼고요. 예전엔 준비했던 걸 정작 무대 위에서 온전히 못 보여드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요. 그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성장한 것 같아요”
활동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던 탓에 인기는 실력의 상승곡선에 비해 다소 완만하다. 하지만 내공쌓기에 충실한 만큼 잠재력은 충분하다. 일본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알아봤다. TV만 틀면 자사 연예인이 나온다는 공룡기업 요시모토 흥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회장이 직접 찾아와 응원할 정도로 마이네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창업 100년 역사상 선택한 첫 한국가수가 우리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가능성을 봐주신 것이니 기분은 좋죠. 하루는 마치 등산이라도 갈 것 같은 편한 복장의 일본인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알고 보니 요시모토 흥업 회장님이라고 하더라고요. 100년의 노하우가 선택했다면 뭔가 생각이 있었겠죠?(웃음) 거기에 맞춰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BestNocut_R]
일본에 진출하는 것은 기쁘지만 두려움도 있다. 국내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 했고 자신들의 색깔을 최대한 담아냈으니 후회는 없지만 결과에도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조급하진 않다. 결과까지 좋다면 그 이상은 없겠지만 “천천히 우리를 알려가면서 진짜 우리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리고 다시 원시인으로 돌아가 지하의 연습실로 향하는 마이네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