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장고 용량 표기를 놓고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과 이번달에 걸쳐 두차례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해당 동영상에서 물과 캔커피, 참치캔 등을 채워넣는 방식을 통해 자사 900리터 냉장고와 경쟁사 910리터 냉장고의 실제 용량을 비교하며 경쟁사의 표기 용량의 허위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자의적 해석으로 자사 제품을 폄훼했다고 비난했고,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용량 표기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맞대응했다. 이같이 해당 유튜브 동영상을 놓고 양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양사의 '냉장고 용량 표기' 진실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LG전자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내용의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냉장고에 물을 부어 자사 제품의 용량이 LG전자 제품보다 크다는 광고를 삼성전자 혼수가전 블로그 '신부이야기'와 유튜브에 게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냉장고에 캔을 넣어 비교우위를 광고하는 2차 동영상을 유튜브에 추가로 게시했다.
이를 본 LG전자 측은 이달 18일 삼성전자에 '해당 광고의 즉각 중지, 사과 의사표시 및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촉구하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했으나, 삼성전자 측에서는 어떠한 회신도 오지 않았다. 이에 LG전자 측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유튜브 광고 동영상 진실공방과 관련해 양사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국가 표준 용량 측정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즉정했다고 주장했고, 삼성전자 측은 실제 용량 차이가 있어 해당 사실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유튜브 동영상과 관련해 "이 동영상은 국가 표준인 KS규격에 따른 용량 측정법을 무시하고 임의로 냉장고 내부에 물을 부어 용량을 측정했다"며 "광고에 쓰인 물 붓기나 캔 넣기 등의 방법은 정부 규격인증기관인 기술표준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냉장고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제정·공표한 KS규격(KS C IEC 62552)에 따라 측정한 '전체 유효내용적'을 표기해야 한다.
'전체 유효내용적'은 KS규격의 측정법에 의거해 설계 실측치를 측정, 계산해 표기하는 것이다. 즉, 냉장고 도어를 닫고 내부 부속품을 제거한 상태에서 측정한 '총 용적'에서 냉각기 및 각종 온도조절장치 등 사용할 수 없는 공간(Dead Space)를 제외한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의미한다.
또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삼성전자의 동영상 속 '물 붓기'는 실제 사용되지 않는 공간까지 포함하고, '캔 넣기'는 오히려 사용 가능한 공간을 임의로 누락하는 등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A제품의 선반 사이 간격이 21cm이고 B제품이 20cm라고 가정한다면, 7cm 높이 캔의 경우 A제품은 3줄, B제품은 2줄밖에 쌓을 수 없다. 동일한 냉장고의 경우도 캔을 채워 넣는 순서, 방식이나 캔의 크기별로 캔의 수가 달리 측정될 수밖에 없어 객관적인 측정 결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동영상은 경쟁사와 경쟁사 제품을 폄훼하는 '비방적인 광고'이며, 객관적 근거 없이 정부 규격과 배치되는 측정 방법을 사용한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 광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사용 가능 부분이 누락되며 측정자가 자의적으로 측정 가능하다는 점을 은폐하고 있어 '기만적인 표시광고'에도 해당하고, 더욱이 삼성전자 냉장고가 LG전자 제품보다 용량 면에서 우수하다고 소비자를 오도하는 허위 광고를 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LG전자는 삼성전자에 양사 제품 용량에 대한 검증을 제3의 공인 기관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LG전자 HA사업본부 윤경석 냉장고 연구소장은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 3의 공인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며 "품질과 서비스에 의한 본연의 경쟁이 아닌 악의적인 비방광고로 각종 법령을 어겨가면서까지 소비자를 오도하고 경쟁사를 폄훼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윤 연구소장은 이어 "경쟁사의 악의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정도에 어긋난 부정경쟁 및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당한 방법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지 말고, 고객 만족을 위해 제품 및 기술 개발 등 정당한 경쟁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해당 동영상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오히려 LG전자 냉장고가 표기상으로는 910리터지만, 실제 실험을 해보니 자사의 900리터보다 적게 들어간다며 LG전자의 용량 표기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사와 타사의 냉장고가 비슷한 용량이라면 내용물도 비슷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가정 하에 실험을 했으나 실제 용량에 차이가 있어 그 사실을 위트가 가미된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냉장고 용량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정보로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LG전자 제품에는 서랍으로 막혀있어 소비자가 사용할 수 없는 공간에도 캔을 채워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900리터 냉장고 보다 적게 들어가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며 "삼성전자가 유튜브를 통해 방영한 동영상은 화면에 자체 실험치 기준임을 명시하였고 비교기준이 동일하며 타사가 주장하듯 내용상에 기만이나 허위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붓기 방식이 KS규격에 의한 적법한 측정 방식인 양 소비자를 기만하고 국가 표준의 신뢰성과 권위를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영상 내 '자사 실험치 기준' 이라는 자막을 삽입해 국가 표준 방법으로 측정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명시했다"며 "'삼성지펠은 KS를 준수해 냉장고 용량을 표기합니다'는 자막표기는 삼성지펠 냉장고가 국가 표준 규격을 준수한다는 얘기일 뿐 측정방식으로 KS규격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