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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나선 순간부터 '투명인간' 된 우리들"

교육

    "교문 나선 순간부터 '투명인간' 된 우리들"

    [노컷기획-잊혀진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①] 학교 밖 청소년의 '현재'

    하루 평균 165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 수는 기관에 따라 17만 명에서 많게는 36만 명으로 추정된다. 제각각 추정치만큼 이들의 '학업중단 이후'의 삶 역시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안교육기관이나 유학, 교정시설 등을 통해 일부나마 '드러나는' 아이들은 전체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학교를 떠난 뒤 잊힌 아이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부에 비춰진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꺼낸 '학교 밖 청소년'의 모습과 고민들을 7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교문 나선 순간부터 '투명인간' 된 우리들"
    2. 떠난 이유 달라도‥모두 '학교 부적응자'
    3. "학교 싫어 그만둔 아이들? 절반은 쫓겨난 아이들"
    4. "우리도 공부하는데"‥학업중단이라는 '낙인'
    5. 시설은 기다리고, 아이들은 모르고‥'엇박자' 지원
    6. 학교 밖 세계도 '양극화'
    7. "우리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세요"


    (자료사진)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상당수는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학교·사회와 연결됐던 '끈'은 끊기고 가정의 울타리는 튼튼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이유로 꼽히지만, 반대로 이들이 제때 도움을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 사각지대 속에서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었다.

    ◈ '학생들 하교시간'에만 외출하는 아이들

    형민이(가명·18)의 기상시각은 '오후 3시'. 우스갯소리로 "잠이 많으냐"고 물었는데 "그때가 친구들 하교시간이라서요"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후 3시쯤에 일어나서요, 애들 학교 끝나면 같이 피시방을 가거나 당구장을 가거나 해요. 집에 와서 컴퓨터 게임하고…."

    다음날에도 오후 3시에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형민이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생활패턴'을 맞췄다고 했다.

    경수(가명·19)의 하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집에 있다가 친구들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나가는 식이다.

    "애들 등교시간에 잠깐 나간 적이 있는데요, 제 또래는 교복 입고 가방 메고 학교를 가야 되는 시간인데 교복도 안 입고 편의점에 와서 뭐 좀 사고 있으니까 시선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쟤 자퇴했구나' 딱 그런 시선."

    '학생들 하교시간'에 외출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라고 했다.

    [경수 인터뷰 듣기]


    "집안에서는 만날 먹기만 한 것 같아요. 심심하니까. 입이 심심하고 몸이 심심하니까. 먹으면 젓가락질도 해야 되고 숟가락질도 해야 되고 우물우물 거려야 되고 그러잖아요. 그러면 입이 심심하지 않으니까… 자기위로가 되는 느낌이랄까."

    형민이가 집에서 게임을 하는 이유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총 쏘는 것도 재미있고 헤드셋 끼고 음성으로 얘기하는 식이거든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물론 둘 다 학교를 떠날 때 생각했던 생활은 아니라고 했다. 학교폭력 피해로 원치 않은 자퇴를 해야 했던 경수는 자격증도 따보고 취업에, 검정고시 준비도 해봤지만 모두 잘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어른들은 다 그렇게 보잖아요. 학교 그만두면 다 나쁘고 양아치고 노는 사람이라고.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한데, 제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맞아도 뜯겨도 다닐 걸... '왜 이러고 살까'라는 생각도 들고…."

    ◈ 노동착취당해도…"아무도 봐주지 않아요"

    학교를 그만두고 택배회사에 들어간 희철이(가명·19)는 말로만 듣던 '사회의 쓴맛'을 경험했다.

    "손 하나 날아가거나 다리 부러지거나, 물건 쌓다가 무너지면 뇌진탕 걸려서 응급실 가는 경우도 있고… 당장 돈 필요할 때는 괜찮은 알바인데 장기적으로는 힘든 일이에요."

    [희철 인터뷰 듣기]


    그렇게 일하고 하루에 6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12만 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현장에 10대도 있고 40대, 50대 아저씨들도 있는데 모르는 사람만 뒤통수 맞는 거예요. 어이없기도 하고… 참 세상이 더럽다고 생각했어요."

    백화점 주차관리부터 주유소, 매장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한 선우(가명·18)에게는 익숙한 일이라고 했다.

    "본사에서 성인치 월급이 나오면 몇십만 원 떼먹고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는 거예요. 항의하면 '너 아니어도 쓸 애들 많으니까 그만두라'고 해요."

    "어차피 다른 데 가도 똑같이 말하니까 그냥 여기서 일하는 게 낫다"고 선우는 체념한 듯 말했다.

    최저임금 지키는 데가 10곳 중 2곳이 안 되는데도 자리 자체가 귀하다보니 신고는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다만 다들 대놓고 법을 어기는데도 이를 지적하는 '어른'이 아무도 없는 것이 선우는 억울하다.

    "일은 더 많이 하는데… 저 같은 애들이 진짜 많은데 아무도 봐주질 않아요."

    ◈ 보호관찰 처분에…"관심 가져줘 고맙다"는 아이

    고등학교 1학년 초반에 학교를 그만둔 준희(가명·18)는 그해 겨울 '보호관찰'이라는 것을 받게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인데… 걔들과 친했으니 저도 공범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보호관찰을 받게 됐어요."

    [준희 인터뷰 듣기]


    처음에는 억울했다고 했다. 당시 준희는 어려운 집안형편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자고, 씻고, 일하고, 자고, 씻고, 일하고… 이걸로는 내 장래가 안 되지 않을까 불안감도 있었는데 당장 돈이 필요하니까…."

    일을 하면서도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혼자서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자퇴하고 나니까 조언해주는 사람도 없고, '넌 뭘 하는 게 좋겠다. 넌 꿈이 뭐니, 내가 찾아줄게' 하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제가 사회생활을 좀 일찍 뛰어든 거잖아요. 그러니까 뭐가 뭔지도 하나도 모르겠고…."

    아이러니하게도 친구 일에 휘말려 받게 된 보호관찰이 그런 막막함을 덜어줬다고 했다.

    "보호관찰 받으면서 이 얘길 젤 많이 들었어요. 기죽지 말라고… 당당하게 살아. 꿋꿋하게 살아. 너 기죽을 필요 없어."

    {RELNEWS:right}사회로 나오고 받은 유일한 '관심'이었다는 준희는 "다음 달이면 끝나는데,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다시 저 혼자 알아서 해야 되잖아요"라며 아쉬워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12년 기준 학업중단 청소년 수를 약 36만 명으로 추산했는데, 이 가운데 약 28만 명을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으로 봤다.

    아이들은 이 '28만 명'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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