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비트 제공)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C(67)씨는 은퇴 후 생활비 걱정에 하루하루 한숨이 늘어간다.
회사를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살고 있는 집을 빼고는 이렇다할 재산이 없는 데다 수입은 제로인 상황.
결혼한 아들에게 손을 벌려볼까 고민했지만 그나마도 못할 짓이란 생각에 고민하던 중 주택금융공사에서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한 연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C씨가 살고 있는 집의 매매가는 3억 2,000만 원 정도. 상담을 받아보니, 이 집을 담보로 맡기면 죽을 때까지 매월 79만2천원의 노후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고 했고, 부인(67)도 선뜻 동의했다.
하지만 C씨는 의외의 벽에 부딪혔다. 아들에게 "생활비 안보내도 된다"며 주택연금 이야길 꺼냈는데, 아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일정금액 생활비를 보내드릴 테니 주택연금은 절대 가입하시면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섰고, C씨는 연금가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 주택연금 가입, 6년새 5.8배 급증…주택연금 신청 취소자 34.3%, "가족 반대로…"살고있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죽을때까지 그 집에 살면서 평생 또는 일정기간동안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에 대한 노년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1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과 노후 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후생활에 필요한 월 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184만 원, 개인 기준으로 110만 원이었지만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남자를 기준으로 월 70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부 기준으로는 필요 경비의 50%도 안 되는 것.
이런 이유로 은퇴자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노년층들에게 유일한 재산인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은 노후생활비 마련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주택연금은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가입 당시 약속한 연금을 그대로 보장하고, 5억 원 이하 주택을 맡긴 연금 가입자에게는 재산세도 매년 25%씩 감면해 준다.
부부 가입자 중 한 쪽이 먼저 사망해도 나머지 배우자가 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자녀 등 상속인이 연금수령액을 갚는 조건으로 집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
집을 처분한 금액이 받은 연금보다 많으면 남은 부분을 상속인에게 돌려주지만 모자랄 경우에도 상속인에게 부족분을 청구하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지든 오르든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
자녀 결혼자금이나 의료비 등 목돈이 필요할 때 추가로 언제든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의 일정 부분을 남겨둘 수 있다.
이런 주택연금의 장점때문에 2008년 695건이던 주택연금공급 건수는 지난 10월 기준 4,096건으로 4.8배 급증했다.
평균연령 72.1세의 연금 가입자들은 평균 2억7800만원 짜리 주택을 담보로 매월 평균 98만2천 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이렇듯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자녀들의 반대로 주택연금을 가입하지 못하는 노년층도 늘고 있다.
2008년 주택연금 신청취소건(119건) 중 21%(25건)가 자녀 등 가족반대를 신청취소 이유로 꼽았는데 올해는 34%(1,388건)가 주택연금 신청을 취소하는 이유를 가족반대로 꼽았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녀들이 상속받을 재산인 부모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유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