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 경쟁이 비노와 친노 세력의 전면전 성격인 박지원-문재인 의원의 양강 구도로 짜여졌다. 전당대회마다 되풀이된 계파 갈등의 재현이라는 지적과 함께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거물 정치인의 맞대결로 흥행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29일 차기 총선 불출마와 친노 해체를 약속하며 2ㆍ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 의원은 “당을 살려내는 데 끝내 실패한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이라는 각오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각오를 밝히며 ‘변화’와 ‘단결’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새정치연합의 당권 경쟁은 박지원-문재인 의원의 양강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두 의원은 각각 호남-영남, 김대중-노무현을 상징하며 뚜렷한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비노와 친노의 대표격이라는 점에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해묵은 갈등 소재였던 계파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이 국민들이 구태로 인식하는 계파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면 전당대회 흥행은 어렵다”며 “현재는 과거 지향적인 구도밖에 안 보이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즉 감동을 주는 요소가 없다”고 진단했다.
두 의원은 이런 평가를 염두에 둔 듯 나름의 계파 갈등 해소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신인 민주당 시절을 포함, 새정치연합의 계파 문제는 곧 친노 패권주의를 의미하는 터라 처방은 극적인 대조를 보였다.
문 의원은 “친노를 해체할 사람은 저뿐이다. 친노-비노 논란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저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역할론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계파에서 자유롭고 대권을 바라보지 않는 제가 사심 없이 오직 총ㆍ대선 승리를 위해 매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파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이런 계파 간의 전면전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많다. 두 의원은 당권 주자로 거론된 당내 인사들 가운데 국민적 인지도 면에서는 수위를 다툰다. 검증된 정치인들의 당권 경쟁이 야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문 의원의 당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호남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박 의원이 형편 없이 패배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며 “양강 구도 자체는 힘이 빠지고 또 과거 세력들 간의 대결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DJ 대 노무현의 구도로 본다면 분명 흥행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끌고 간 건 본인에게 집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며 “문 의원의 출마로 그나마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대권 주자가 당권을 잡는 게 장기적으로 당 지지율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역시 “새로운 당의 모습과 방향을 두고서 각 계파를 대변하는 두 사람의 대결이 오히려 집중적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정당 지지율에는 변화가 없을지 몰라도 당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상징적인 흥행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막판까지 출마 여부를 고심하던 박영선ㆍ추미애 의원은 이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주선 의원은 김영환 의원과 단일화를 이루고 30일 오전 출마를 공식 선언, 조경태ㆍ이인영 의원과 예비경선 통과의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진검 승부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