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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연말정산 파동, 책임 안지는 정부·정치권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논란과 관련 지난 21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긴급 당정협의에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옛다 (추가공제나) 먹어라’는 식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

    연말정산 대란을 바라보는 한 세법전문가의 일갈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2013년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와 정치권 모두 최근의 파동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설픈 세수추계를 들고 온 정부는 무능했지만, 무능한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정치권은 더 무능했다.

    이번 연말정산에 적용되는 세법개정안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휘 아래 김낙회 당시 기재부 세제실장(현 관세청장)이 주도했다.

    2013년 8월 5일 발표한 세법개정안 초안은 각종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근로자들의 1순위 공제항목인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했다.

    기재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소득 345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 434만명(전체 근로자의 28%)의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발표했고, 이후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로 닷새 만에 기재부는 “세부담 증가기준을‘ 연소득 5500만원’로 올리고 세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를 200만명대로 줄였다”는 개선안을 발표한다.

    이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수정된 개정안을 갖고 2013년 12월2일부터 31일까지 15차례 회의를 열고 세제개편안을 논의하게 된다.

    조세소위 속기록을 보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를 바꾸는 것을 두고 일부 공방이 있었지만 ‘엉터리 세수추계’를 들이미는 정부 입장이 결국 관철됐다.

    최근의 연말정산 대란은 여야 정치인은 물론 기재부 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세법 변화, 어떤 영향 미칠지 공부 안 됐다”면서 일주일 뒤 세법 개정안 통과

    2013년 12월 24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김낙회 세제실장은 "총급여 7천만원부터 세금이 조금 늘어나고 5500만원까지는 하나도 세금이 안 늘도록 (설계)했다"며 "5500만원~7000만원까지는 3만~4만원 정도 늘어나게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 의원은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좀 더 내도록 하자, 소득세 세수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는 데는 전혀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종범(현 청와대 경제수석) 의원은 "고소득층들에게 세부담을 더 지워야 된다는 목적이 있더라도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위원들조차 정확하게 어느 계층에 얼마나 더 늘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가 생기고 더 나아가서 추가 부담이나 귀착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스터디가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정부가 어떻게 추계했는지 알 수 없고 연소득 7천만원 이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세부담이 증가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중산층이 세금폭탄 난리쳐서 (세부담이 안 늘어나도록) 어느 정도 정리된 것 아닌가. 증가하는 사람도 있고, 감소하는 사람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홍 의원은 이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넘기면 중산층이 상당히 많이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지만 나성린 의원은 "그것 다 고쳐온 것이다. 세금 폭탄 난리쳐 가지고 고쳐온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게(7천만원 이상 세부담 증가) 뭐 그렇게 엄청난 세부담 이냐"며 "이것을 갖고 중산층 세금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자칫하면 부메랑이 되는 논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소득공제 남겨야” 의견, “바뀌는 것이 더 이익” 정부 반박에 쏙 들어가

    이날 논의과정에서 보험료와 의료비, 교육비는 소득공제로 남기자는 의견이 이어졌지만 '엉터리 세수추계'와 함께 '중산층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뜻이 결국 관철됐다.

    이용섭 의원은 "기본적인 공제인 보험료와 의료비, 교육비 공제는 비용의 성격이기 때문에 소득공제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고, 홍종학 의원도 "개인연금계좌까지 소득공제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보장성보험료까지 세액공제로 넘겨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중산층 부담 늘어나지 않도록 다 조정했다"고 반박했고 김낙회 세제실장은 "(홍 의원이) 중산층이라고 하는 부분이 (연소득) 8600만원인데 (부담이)안 늘어난다"고 거들었다.

    김낙회 세제실장은 또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지만 다자녀에 대해서는 자녀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 등이 금년(2013년)부터 두텁게 지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당시 정부는 “(다자녀공제를 소득공제에서)세액공제로 바꾸면 현행보다 더 받는다”며 “이렇기 때문에 세수가 2300만원 줄어든다”고 보고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기재부의 뚝심(?)으로 2014년 새해 첫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13년 소득세법 개정안은 투표한 의원 286인 중 245인이 찬성, 6명 반대, 35명 기권으로 통과됐다.

    당시 여당 조세소위 위원이었던 나성린, 안종범, 류성걸, 이만우, 김광림, 이한성 의원 전원이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에 찬성했고, 야당 조세소위 위원이었던 조정식, 박원석, 이용섭, 윤호중, 홍종학 의원 중 박원석 의원을 제외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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