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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적용?…2월에 왕창 떼고 5월에 찔끔 환급

경제정책

    소급적용?…2월에 왕창 떼고 5월에 찔끔 환급

    [기자수첩]소득세 개정 후 소급적용…환급액 계산 전 생각해볼 문제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논란과 관련 지난 21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긴급 당정협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운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손을 잡고 있다. (좌측부터 새누리당 나성린 수석정책위부의장, 주호영 정책위의장, 최경환 부총리,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놓을 작정이다. 국세기본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소급과세까지 동원했다. 오는 4월에 소득세법을 고친 뒤에 5월에 연말재정산을 해서 추가로 돈을 돌려주겠다는 급조된 약속에 성난 민심은 가라앉을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21일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내용만 놓고보면, 5월에도 크게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소급적용? 2월에 왕창 가져가서 5월에 찔끔 돌려준다

    자녀수에 대한 세액공제를 5만원씩 늘려준다 해도, 환급받는 돈은 ‘자녀수x5만원’에 불과하다. 아이 셋을 둔 가정이라도 15만원 정도 환급액이 늘어나는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출산이나 입양을 했다면 여기서 추가로 더 환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보험에 대한 세액공제도 현재 400만원 한도 내에서 요율이 현행 12%인데, 교육비나 의료비 수준인 15%까지 늘려준다고 해도, 연금보험을 한도까지 받는다고 해도 3% 정도 12만원 더 늘어나는 수준이다.

    독신자들을 위한다는 표준세액공제도 의료비나 교육비, 보험료 지출이 없어야 적용가능하다. 이미 노후를 위해 연금보험 같은 걸 넣고 있거나 재테크에 열심인 싱글족들은 오히려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세 자녀에 연금보험도 한도를 꽉 채운 사람이라도 추가환급액은 27만원을 못 넘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난해 출산이나 입양을 한 사람은 추가로 환급액이 있을 수 있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자녀가 없는 사람은 연금보험을 꽉 채워도 환급액이 12만원에 불과하다. 13월의 월급은 커녕 ‘5월의 쌈짓돈’에 그칠 전망이다.

    소급적용으로 추가 환급을 많아야 10~20만원 정도 더 받는다고 생각하면, 사실 소급적용 카드는 납세자를 기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액이 크게 줄거나 수십만원을 토해내도록 해놓고, 5월에 쌈짓돈 몇 만원을 겨우 돌려주는 형태라면, 봉급쟁이들의 분노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당장에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급조된 대책으로는 제2의 연말정산 파동은 피할 수 없다.

    ◇ 유류세환급의 교훈...납세협력비용은 어쩔건가

    아울러 소급적용으로 돌려받게 될 세금을 계산하면서 웃음짓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다. 바로 ‘납세협력비용’이다.

    과거에도 세법을 소급적용한 적이 있는데, 바로 2008년 고유가에 따른 민생대책으로 내놓은 ‘유류세 환급’이 그것이다. 경차 운전자의 경우 주유하면서 납부한 유류세를 10만원까지 환급해주는 제도인데, 지난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경차운전자는 전체의 8%에도 못 미쳤다.

    제도를 몰라서, 그리고 알아도 이것저것 영수증 모으고 서류제출하기가 힘들어서 굳이 환급 절차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급적용이 현실화돼서 올 4월에 연말재정산을 실시한다고 할 경우, 납세협력비용은 유류세 환급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급적용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납세자 규모가 많게는 400만명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세정당국은 소급적용에 따른 재정산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같이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될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본 적이 없는 대다수 직장인들은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비용과 시간 낭비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방법으로 회사가 세금 계산을 대신해서 5월 추가 환급액이 발생할 경우, 그 달 월급에서 제하는 소득세 원천징수액에서 빼서 돌려주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개별 직장인들의 혼란은 피할 수 있겠지만, 각 회사의 회계 담당부서가 밤을 새가며 한 번 더 연말정산을 해야한다.

    세금 징수기관인 국세청의 행정력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납세자들의 비용부담도 어떤 방식을 택하든 피할 수 없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으로 환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혼란을 피할 방법은 없다.

    ◇구멍난 재원은 어디서 메꾸나

    게다가 이번 세법 계산식이 복잡해지면서 연말정산 소급적용으로 만에 하나 더 토해야내야 하는 사람이 나오면 문제는 더 커진다. 국세기본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과세를 예외적으로 적용받기 위해서는 납세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납세자가 나온다면 이는 국세기본법을 어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 한번 걷은 세금을 돌려줘서 바닥이 나는 나라 곳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대책이 없다. 당장 자녀장려금과 근로장려금에 쓸 재원에서 구멍이 생긴다. 이번에 걷은 소득세 수입으로도 장려금을 지급할 돈이 4천억원 가량 부족한데, 여기서 추가 환급으로 돈이 더 빠져 나갈 경우, 결국 나라 빚을 지고 때우는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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