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K어린이집 학대 사건'의 여파로 CCTV 설치 확대에 주력해온 정부가 급기야 '무상보육'으로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해놓고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논리는 이렇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 주는 '가정보육 지원금'이 월 10만~20만원이지만 보육시설에 맡기면 월 22만~77만원을 주다 보니, 웬만한 전업주부도 '본전 심리'에 무조건 아이를 맡기게 됐다는 것.
때문에 수요가 늘어 어린이집도 난립하게 됐고, 이로 인해 관리 감독이 힘들어져 아동 학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지난 21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통해 "맞벌이 부부에 대해 지원대책을 강화하거나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을 유인하는 체계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정보육 지원금을 올려 어린이집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무상보육 시스템을 재편할 방침이다.
복지부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은 "0~2세는 아무래도 부모님들이 키우는 것이 훨씬 낫다는 얘기도 많다"며 "보육서비스가 맞벌이 부부 등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 개편 방향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책임의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인 김남희 변호사는 "무상보육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없는 보육정책의 문제일 뿐"이라며 "가정 보육을 장려한다는 건 가뜩이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낮은 국내 현실이나 정부의 정책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육 지원 확대와 아동 학대의 인과관계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데도, 단편적 발상으로 이를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상보육을 통해 공공재원이 투입됨으로써 강력한 관리 감독 근거를 갖게 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정부의 '면피성 대책'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복지부가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탐탁치 않게 여겨온 보편적 복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무상보육과 아동학대의 논리적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정부 논리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 위원장은 "처음 양육수당 없이 무상보육이 도입됐을 때 잠시 불거졌던 3년전 얘기"라며 "그래서 양육수당이 도입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