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법원이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불법재산인 것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제3자를 상대로 추징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0부(민중기 수석부장판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13년 서울 한남동 땅546㎡을 압류당한 박모(52)씨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7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로 기소돼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이후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전두환추징법)에 따라 추징 집행에 나섰으나 2010년 10월 300만원 환수를 끝으로 미납 추징금 1672억 2651만 5560원을 환수받지 못했다.
그러다 검찰은 2013년 전 전 대통령의 큰아들 재국(56)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재홍(59)씨를 상대로 한 범죄수익은닉 혐의 수사 당시 박씨에 대해서도 토지 매수 경위와 재국씨와의 관계 등을 조사하고 압류를 결정했다.
그러자 박씨는 "토지가 불법재산임을 모르고 취득했다"며 서울고법에 재판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냈다. 또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 9조 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9조 2항에는 불법재산인 것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제3자를 상대로 추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절차의 한쪽 당사자인 검사의 조사 결과 만으로 제3자가 불법재산의 정황을 알고 취득했다고 단정하고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해 신청인이 가진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은 제3자 재판에서 부가형으로 선고될 수 있는 추징을 공소도 제기하기 전에 먼저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제한해 형사상 책임원칙, 헌법상 체계정당성의 원리,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의 이의신청 만으로는 제3자에 대한 효과적인 권리구제가 되지 못했다고 보고 제도 보완이 필요하며, 사건의 법률 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소급입법 논란이 일었던 부칙 조항에 대해서는 법 시행 당시 추징이 진행 중이어서 시효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불법재산을 취득한 점과 공익성 등을 고려해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는 지난 2013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압류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낸 상태다.
고법에서 진행 중인 이의신청 사건은 헌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행정소송 재판 역시 중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