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님, 대한민국의 기업들 가운데 회장, 사장, 전무, 상무라는 직함을 가장 많이 가진 성 씨가 어떤 성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번 헤아려보시면 구 씨 성이라는 것을 단박에 아실 것입니다.
할아버지인 고 구인회 회장님과 함께 대한민국의 기업 창업 신화를 일군 고 이병철 삼성 회장님의 이 씨나 고 정주영 현대 회장님의 정 씨는 구 씨보다는 덜 합니다.
조상의 음덕인지는 모르겠으나 할아버지 때부터 형제들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겠죠.
구 회장님의 삼촌들과 사촌 형제들, 5촌 당숙들, 6촌들, 아들, 조카들까지 LG와 LS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구 씨 성을 가진 친족들이 너무 많다 보니 그룹의 사장과 부사장, 전무, 상무 자리 등은 어느덧 구 씨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LG그룹을 담당하는 한 출입기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LG와 LS그룹에서는 구 씨 성을 가진 직계 혈통이 아니고서는 사장 또는 전무조차 하기 힘들다"고 말입니다.
구 회장님 가문의 가계도가 어찌나 복잡한지 LG와 LS, LIG 그룹을 담당하는 기자들조차 누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라고 합니다.
회장님의 아들 구광모 씨가 올 초 상무로 승진하자마자 그룹 방계 물류회사 범한판토스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개인 자금으로 7%대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생이자 구 상무의 친 아버지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이 도와준 것으로 압니다만 ㈜LG 구광모 상무가 지분 인수에 나섰으니까 LG그룹의 후계자로 예견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선대 때부터 장자 상속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니까 구광모 상무가 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장손인 구 상무를 특히 사랑하고 아끼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구광모 차장(당시 직함)을 양자로 입적시킬 때 LG그룹은 "양자 입적은 단순한 제사를 지낼 장손이 필요하다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일 뿐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재벌 회장들보다도 유교적 가풍을 중시하고 '허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회장님인 만큼 구광모 상무의 승진과 지분 인수 등에 대한 보다 솔직한 입장 표명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재벌들은 아들과 딸을 은근슬쩍 그룹 방계 회사에 입사시킨 뒤 수년이 지나면 바로 부장→ 상무→ 전무 또는 부사장, 그리고 사장→ 부회장→ 회장으로 일사천리로 승진시켜버립니다. 길어야 10년 안팎입니다.
재벌닷컴은 눈꼽만큼의 지분을 갖고서도 주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기업 경영을 쥐락펴락한다고 지적합니다.
작금에 '땅콩 회항' 파문을 일으켜 징역 3년형을 구형받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도 지난 2014년 '나홀로'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창업주의 손자와 증손자, 손녀, 증손녀들이 한 순간에 그토록 승진하기 어렵다는 임원을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게 하는 것을 보는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시겠죠.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느냐'고 자위할 테니까요?
어찌 자손들의 고속 승진과 경영권 장악이 LG그룹에 국한하겠습니까?
쪼개고 나뉘어진 LS와 LIG, 희성그룹, GS그룹에서도 비일비재합니다.
4촌, 6촌들과도 형제애가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제사 때면 수십 명을 넘어 백 명 가까운 孫(손)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선조들의 노고를 되새긴다고 들었습니다.
◇ 한 번쯤 우리 구 씨 가문이 너무하지 않을까라는 문제 제기를 하면 어떨까요?
구본무 LG그룹 회장 (자료사진)
특히 LG의 식품기업 '아워홈'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삼촌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 구지은 전무(48)가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브랜드 론칭과 시스템 개발, 신시장 개척 등에서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승진시켰다는 설명입니다.
2004년 5000억원대의 매출을 지난해엔 1조 3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는 치적도 내세웠습니다.
구지은 부사장이 전무로서의 능력이 그처럼 뛰어났을까요?
전 직원들이 일군 매출을 구지은 부사장 혼자 한 것으로 둔갑시켜 침소봉대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그룹 전체가 LG, LS, LIG, 희성그룹, GS그룹 등 등 범LG가 밀어주지 않았어도 10년 만에 매출을 두 배 이상 급증시킬 수 있었을까요?
아워홈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직원식당 경영을 시작했다가 돈이 되는 듯 하니까 지난 2000년 LG유통사업에서 분리시켰지 않습니까?
당시에도 구 회장님은 LG그룹의 회장이셨잖아요?
아워홈은 지금도 트윈빌딩에서 중식당 싱카이와 일식당 키사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LG그룹이 밀어주지 않고서는 아니, 회장님의 의중(?)을 거스르고 그 어떤 중식당과 일식당이 여의도 한복판의 LG트윈타워 빌딩에서 식당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상의 내부자 거래가 아니라면 당장 아워홈을 내보내고 시중에서 가장 맛있는 중식당과 일식당을 유치해 영업을 하도록 하면 회장님의 정당함과 배려의 정신이 돋보일 것입니다.
아워홈이 1조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외식업체들이 문을 닫고 길거리로 내몰렸겠습니까?
현재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7-8명은 3년 내에 망한다는 것은 통계 수치가 말합니다. 대부분 식당업자들입니다.
한 번이라도 외식업체들의 생존경쟁과 벼랑 끝에 몰리는 생존의 위기를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 좀 '거시기' 합니다만 외식업은 LG같은 대한민국의 두세 번째 대기업 집단이 해서는 안 될 사업입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LG그룹 사옥 (자료사진)
아워홈은 도식락업까지 손대고 있습니다.
범LG가의 직간접적인 후원과 우수한 인력에 재벌가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하니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만이 재벌가가 물장사에서부터 탱크까지 만드는 문어발식 기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님도 산하 기업들에게 일감몰아주기를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으나 지금까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최소한 식당업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LG家의 자손들이 너무 많고 그들의 일자리, 먹거리를 마련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해명할 수 있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는 안 됩니다. 자제하셨으면 합니다. 아니 범LG가 전체에게 제발 자제해달라고, 그리고 기업으로는 더 이상 들어오지 말고 학계나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등으로 직업을 다양화하라고 권유하십시오.
그게 LG그룹을, 아니 구 씨 성을 가진 분들을, 이 땅에서의 명성을 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첩경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