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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방 무서웠어요. 때찌때찌 했어요. 벌 섰어요."
지난해 11월 7일 경기도 해바라기 아동센터. 진술녹화 도중 5살 김모군의 입에서 '도깨비방'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지난해 말 유아 전문 영어학원에서 교사들이 학원생을 체벌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아이들 4명에 대한 진술을 면밀히 검토한 경찰은 교사들이 이른바 '도깨비방'이라는 어두운 방에 아이를 가둔 뒤 장시간 벽을 보고 서있게 하는 등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부천 모 영어학원 교사와 학원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지금, 해당 학원은 아동학대 논란에도 불구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다.
학원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나 원장이 처벌을 받아도 학원 시설 폐쇄가 불가능하기 때문.
교육청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경우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행정 기관이 시설 폐쇄 명령을 할 수 있지만 학원은 다르다"며 "학원으로 등록된 장소를 완전히 다른 용도로 쓸 경우에만 폐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학원이 단과반 이외에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종일반을 운영하며 사실상 어린이집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어린이집처럼 운영되지만 학원으로 등록돼 있다 보니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전체의 절반정도 수준"이라며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생 등 일반 강사였다"고 지적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관계 기관에서 아동학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학원은 관계 당국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는 인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전국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 설치하고, 아동학대가 벌어진 어린이집은 곧바로 폐쇄하는 내용의 '어린이집 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천의 영어학원과 같이 종일반으로 운영되는 학원은 어린이집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면서도 정부의 아동학대 근절대책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학원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CCTV 설치나 강사의 인성 교육도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전국의 학원은 2천 600여개. 이 중 종일반으로 운영되는 영어 학원은 지난해 기준 235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종일반 학원에 대해서 교사 자격 등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최현주 연구원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교사 자격 기준이 엄격한 반면 학원은 전문대 이상이면 학원 강사로 채용이 가능하다"며 "영유아 발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로 인해 아이들이 학대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NEWS:left}이어 최 연구원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의 경우엔 강사 자격을 강화하는 등 학원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계기로 종일반 학원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며 "유아 대상 학원도 아동학대시 시설을 폐쇄하고 학원강사 채용시 결격 사유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