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새누리당 '비박계'가 당내 신주류로 부상하면서 당권을 장악하면서 당청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가 '과감한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흘째 침묵하면서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인적쇄신요구에 왜 침묵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인적쇄신은 어느 정도의 규모냐?= 인사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인사규모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과감한 인적쇄신'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으니까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대폭적인 교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성공,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들로 '청와대와 정부를 재구성' 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 아니겠습니까? 대통령께서 인사권자시니까 그런 국민들의 목소리를 좀 충분히 반영하신 인적쇄신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청와대를 재구성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국민들의 요구가 굉장히 강하다. 국민 눈높이를 충분히 감안한 수준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됐으면 좋겠다" 라거나 "비서실장하고 비서관 몇 명 그것만 갖고 인적 쇄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단순히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바꾸는 정도로는 인적쇄신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언급한 것이다. 이는 청와대와 정부를 조각수준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요구한 것이다.
▶ 청와대가 당의 '인적쇄신' 요구를 받아들일까?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
= 박재홍 앵커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정치인들과 정치평론가 여러 명에게 물어보니 대체적인 의견이 박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대체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관계자 "당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은 기대난망"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신주류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쉽게 바뀌는 분이 아니다"면서 "청와대와 내각의 대폭적인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인적쇄신 크게 안 할 거다. 당분간 침묵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모르지만 3인방은 교체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면서 "이는 당의 인적쇄신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 청와대는 아직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거냐?= 청와대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4일 민경욱 대변인이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는 아주 원론적인 언급을 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기자들의 인적쇄신과 관련된 질문에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우리가 얘기할 사안인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원론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 관여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해서 청와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인적쇄신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들도 알지 못한다며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 청와대 개편을 했으니까 개각은 할 것 아닌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박종민 기자)
= 개각은 다음 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인준절차가 마무리되면 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설날연휴 이전에는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개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가 전혀 예상이 안 된다.
공석인 해수부 장관만 임명할 것이라는 설에서부터 해수, 통일, 국토부 등 3개 부처만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 비서실장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으니까 오히려 폭이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중폭 정도의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정치인 장관들을 임명할 경우 내년 총선출마를 위해 올 연말에 다시 개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 이완구 총리후보자와 관련해 각종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청문회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정홍원 국무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김기춘 비서실장은 확실히 교체되는 거냐?= 청와대 개편이 끝나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당이 비박계 일색으로 바뀌면서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다시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드물게 보는 사심 없는 분"이라며 "여러 당면 현안이 많아서 수습을 먼저 해야 하고 해서 이 일들이 끝나고 (거취를)결정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일들이 끝나고 교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으니까 지켜봐야 한다.
비서실장을 교체할 것이라면 비서실장을 교체한 뒤에 비서실을 개편해야 하는데 후임 비서실장과 함께 일 할 사람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뽑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잘아는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김기춘 실장처럼 대통령을 보좌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핵심 3인방에 대한 교체도 없는 거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그렇다.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교체 가능성이라도 내비쳤지만 3인방에 대해서는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따라서 문고리 3인방을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3명의 비서관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찰이나 언론, 야당에서 비리나 이권이 있나 샅샅이 찾았지만 하나도 없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묵묵히 고생하면서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했고 이번에 대대적으로 확인했지만 비리가 없음이 확인됐다"면서 "그런 비서관을 내친다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하겠느냐"며 두터운 신임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문건파동이 났을 때 '문고리 3인방은 박 대통령의 생살이고 최순실은 오장육부'라는 말이 나돌았다. 3인방을 쉽게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3인방 교체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비서실장하고 비서관 몇 명 그것만 가지고 인적쇄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3인방을 포함해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인데 청와대가 여기에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당청 갈등이 표면화 될 수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년기자회견 직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문고리 3인방을 교체하지 않겠다고 한데 대해 긍정평가는 30%인데 비해 부정평가는 48%(의견유보 23%)로 큰 차이를 보였다.
▶ 이제 3년차인데 레임덕이 왔다고 봐야 하는 건가?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레임덕은 이미 왔다고 봐야 한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레임덕은 진작에 시작된 것 같다. 레임덕이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레임덕은 이미 작년에 국무총리를 못 구해서 정홍원 총리를 다시 재활용하지 않았느냐? 이때부터 대통령의 한계는 노출이 돼버렸고, 그래서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고 상당히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최악의 정부로 평가가 될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정치평론가들도 레임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른바 원박으로 불리는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선거전날 이미 '62 vs 84'로 유승민 의원이 압승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청와대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연기하면서까지 3명의 (최경환, 황우여, 김희정) 국무위원을 투표하도록 내보냈다"면서 당심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심을 읽는 건 고사하고 여당의 당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청와대가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정책위의장으로 밀었지만 비박계에 참패하면서 '유승민이 이긴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박근혜 대통령은 왜 침묵하는 거냐?=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가 참패한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인 언급만 했을 뿐 선거와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아직 경제활성화와 경제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있다"며 "각 부처는 중점법안들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될 수 있도록 당정협의와 야당 설득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게 전부다.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말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 될 때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만흠 원장은 "당분간 침묵하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고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근혜의 침묵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당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반응을 보일 경우 당청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높고 또 당이 요구한다고 가볍게 움직이지도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침묵하는 건 일단 심기가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밝힌 것도 불편한 심기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두 번째는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할 경우 대통령이 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지난해 국무총리 후보자 파동을 겪으면서 청문회를 통과할 능력 있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관가에서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정홍원 국무총리가 계속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복잡한 이유들로 인해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 박 대통령이 끝까지 변하지 않을까?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 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는 여권 인사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치평론가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지만 변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원박계 한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다 큰일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야 바뀔것"이라면서 "지지율 20% 벽이 무너진다면 바뀔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20%대 초중반으로까지 밀린다면 어쩔 수 없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갤럽의 주례조사에서 지난주 취임후 처음으로 30% 벽이 무너지면서 29%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를 하지않고 버티고 버티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9월 24일 사과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