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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는 구제역 농가 "딸, 사위도 전화로 세배…"

사회 일반

    설 맞는 구제역 농가 "딸, 사위도 전화로 세배…"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영규 (홍성군 구제역 인근 농가)

    오늘은 명절을 앞둔 충남 홍성의 축산농가로 가보겠습니다. 지난 12월 초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 점차 확산돼서 우리나라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까지 번졌습니다. 특히 차량이동이 많은 설 연휴를 앞두고 방역에 비상이 걸렸는데요. 충남 홍성에서 양돈농가를 운영하는 분이십니다. 박영규 이장 연결하죠. 이장님, 안녕하십니까?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 박영규> 네, 안녕하세요. 박영규입니다.

    ◇ 박재홍> 제가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건네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지금 구제역이 홍성까지 갔는데요. 현재 홍성은 어떤 상황입니까?

    ◆ 박영규> 지난 2월 6일 우리 홍성군 은하면에서 구제역 의심증이 나타나서 신고를 했는데요. 구제역으로 판정받은 뒤에 농가에서 농가로 번지고 있어요. 우리 농장과 구제역이 발병된 농장 거리가 한 1.8km 정도 되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바로 옆까지 번져서, 지금 1.5km 옆까지 구제역이 발병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어요.

    ◇ 박재홍> 이장님은 양돈농가를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 박영규> 우리는 2,500두 규모입니다.

    ◇ 박재홍> 그럼 현재까지 이장님이나 마을 주민들은 피해가 아직 없으신 거고요?

    ◆ 박영규> 우리 마을에서는 특별한 피해는 없지만 지금 간접적으로 이동제한에 걸려서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자료사진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박재홍> 이번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2011년 구제역을 떠올리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이장님이 보시기에 그 당시랑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 박영규> 2011년에도 우리 지역에 구제역이 발병됐었는데요. 그때는 확산이 지금보다 더 빨랐었거든요. 하지만 정부에서 대안으로 매몰도 시키고, 출하를 못하고 있는 물량을 수매해서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됐었는데요. 지금은 우리 제한구역에 있는 돼지를 일반 상인들이 자꾸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서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 박재홍> 실제적으로 피해가 있으시네요.

    ◆ 박영규> 네.

    ◇ 박재홍> 내일부터 설 연휴 시작인데요. 이렇게 출하를 못 하면 마음도 안 좋으실 테고, 이동도 편하지 않으시고요. 이장님은 이번 설 연휴가 반갑지만은 않으시겠네요.

    ◆ 박영규> 그렇죠. 우리 마을은 2월 7일부터 마을회관과 노인회관도 폐쇄했고요. 그리고 마을 이웃 간에도 될 수 있으면 왕래를 하지 않는 형태로 돼 있어서요. 마을 내에서는 최대한 구제역 차단과 방역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혹시라도 구제역 가능성 때문에 인심을 나눠야할 명절 기간에 이웃 간 이동도 본의 아니게 제한된 상황이네요, 그러면 이장님은 자녀분들과 이번 설에 만나지 못하시는 건가요?

    ◆ 박영규> 그래서 구제역이 발병된 상태에서 명절이 사실상 반갑지는 않네요. 저는 장남이라서 이제 명절 때 되면 1년에 2번씩 형제, 자녀들이 다 모여서 명절을 보냈는데요. 올해는 서로 걱정을 해도 그냥 전화상으로만 구제역이 종료된 시점에서 우리가 만나자, 이렇게 전화로 안부만 묻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자녀 중에 출가하신 분도 계신가요?

    ◆ 박영규> 네, 우리 딸이 작년에 결혼을 했는데요. 올 명절 때 찾아뵙는다고 했었는데 이런 상황이 돼서 결국은 명절 지나서 구제역이 종료돼야만 만날 수 있겠죠.

    ◇ 박재홍> 그러시구나. 그러면 사위가 명절 때 세배하는 것도 못 받으시겠네요.

    ◆ 박영규> 당연하죠.

    ◇ 박재홍> 어떡합니까. 많이 서운하시겠습니다. 그러면 이장님은 이번 설을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 박영규> 마을 주민들한테도 가능하면 이번 명절에는 형제분들의 귀성을 자제 좀 해 주십사 하는 그런 부탁을 드렸고요. 저희 집도 사실상 형제나 자녀들이 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장남이니까 혼자서 그냥 차례를 지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RELNEWS:right}◇ 박재홍> 구제역을 대비하는 진지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이장님 그래도 떡국은 사모님이랑 드셔야죠?

    ◆ 박영규> 아직 떡국 같은 것도 준비도 못 했어요.

    ◇ 박재홍> 구제역 때문에 정신이 너무 없으셔서 떡국도 준비를 못하셨군요. 정부도 정확한 원인 파악이 어렵다,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이 자리에서 또 만나지 못하는 따님과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박영규> 우리 딸들과 내 동생들, 형제들과 다들 전화통화는 하지만요. 형, 아빠가 농장을 하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같이 협조하는 의미에서 서운하지만 우리 형제들이 지금은 못 만나더라도, 또 구제역이 종료되면 그날에 다 같이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박재홍> 이번에 구제역 철저히 막아서요. 다음 명절은 다가오는 추석이 되겠네요. 그때는 온 가족이 모여서 또 사위와 즐거운 시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이장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박영규> 네, 수고하세요.

    ◇ 박재홍> 충남 홍성에서 양돈농가를 운영하는 분이십니다. 박영규 이장 만나봤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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