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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디테일' 박원순시장 리더십 왜 논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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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 디테일' 박원순시장 리더십 왜 논란인가?

    박원순 서울시장 (박종민기자)

     

    ◇장면1

    지난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3급이상 50여명의 간부들과 함께 신년 연찬회를 열었다. 새해 업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호흡을 맞추는 자리였다. 이날 연찬회는 9시간넘게 열렸다. 분야별로 열띤 토론이 있었다. 토론 막바지에는 허심탄회한 소통을 위해 참석자들이 익명으로 각자 하고싶은 말을 메모지에 적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메모지가 ‘박시장 리더십’에 관한 것이었다. 박시장 업무스타일이 너무 꼼꼼해서 오히려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다수의 간부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박시장의 꼼꼼함과 아이디어가 시정에서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하지만 지나친 세세함은 공무원들을 기계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분위기가 더 무르익으면서 ‘만기친람’이라는 말도 나왔다. 믿고 맡겨달라는 취지였다. 박시장은 “우리 사회가 좀 더 구체적이고 미세하고 현장적이고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부 목소리를 “앞으로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연찬회 후 박시장의 “유념하겠다”는 말에 대해 해석이 엇갈렸다. 한 간부는 “시장님이 기분좋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한 반면 다른 간부는 시장의 ‘디테일’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포부터 워낙 꼼꼼함이 베어 있는 분이라는 이유였다.

    ◇장면2

    1월 23일 박 시장은 ‘화재종합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했던 도시형생활주택의 화재대책을 논의하기위한 자리였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이명박 정부때 도입된 부동산 정책으로 태어났다. 1-2인 소규모 가구의 수요증가에 대처하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의정부 화재는 발생 7분만에 옆 건물로 옮겨붙었다. 5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규제완화의 덫이 불러 온 대형참사였다.

    2009년 첫 도입후 5년간 무려 4번이나 규제완화가 이뤄졌다. 저렴하게 공급을 늘린다는 명분에만 치우쳐 화재 등에 대비한 안전조치는 무시됐다.

    이날 비상대책회의는 언론에 공개됐다. 박 시장이 시민 안전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투명한 시정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관련 국장들의 대책보고가 이뤄졌고 박 시장이 최종 강평에 나섰다. 박시장은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쪽방촌에 가면 건물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필요하면 골목 옆 건물 2-3층에 스프링쿨러를 달아서 소방차가 못들어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끝날 듯 끝날 듯 10여분을 더 이어갔다. "화재발생의 빈틈새가 어디에 있는 지 직원공모와 일반 시민들에게 공모적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구해보자.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바람이 어느방향에서 부는 지도 연구해 대비하자. 제갈량의 동남풍 스토리가 그냥 나온게 아니다. 제갈량은 어느 시기에 동남풍이 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창발적으로 대응하자". 박 시장의 '동남풍 대비론'은 대형화재 참사를 막기위한 고민의 깊이를 드러낸다. 그의 지적은 매우 세세했고 구체적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윤성호 기자)

     

    박 시장은 서울시청내에서 '미스터 디테일 시장'으로 불린다. 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겨져 있다'고 종종 직원들에게 말한다. 그러나 그의 디테일한 행정 스타일을 놓고 시청내부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너무 세세하게 지시를 하다보니 오히려 행정공무원들의 창발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시장지시 사항이 너무 많아서 지시 사항을 이행하기도 벅차다는 거다. 예전에는 과별로 시장지시사항이 2-3개였다면 이제는 팀별로 2-3개라는 탄식도 나온다.

    공무원 평가는 상하관계 불편함으로 왜곡될 수 있다. 그들 평가가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다만 서울시 행정은 매우 광범위하고 예측불가여서 시장이 모두 통제하기 어렵다.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며 움직일 수 없다. 공무원들은 전반적으로 박 시장의 이해력과 행정에 대한 통찰력을 높게 평가 한다. 박시장의 현안에 대한 고민이 돋보인다는 거다.

    하지만 박 시장이 구체적인 지침까지 세세하게 내리면 공무원들은 '받아적기'에 열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의견을 내면 토를 다는 것처럼 비쳐질까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한 공무원은 "우리는(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느슨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죄면 기계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을 오랜동안 지켜 본 한 지인도 박시장의 '디테일 리더십'을 걱정했다.

    {RELNEWS:right}"박시장은 오랜동안 시민운동을 해 온 분이다. 시민운동은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왜냐하면 비판을 하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성공한 시민운동,훌륭한 실행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장은 행정가다. 행정가는 '실행가'처럼 하면 안된다. 행정가는 공무원을 설득하고 끌어들여 움직여서 조직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밥을 떠먹여줘서는 안된다. 행정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그들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실행가와 행정가는 분명히 다르다"

    주변에서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 재선(2014.6.30) 이후 자신감이 돋보인다고 한다. 자신감은 좋다. 박시장의 '세세함'은 시시콜콜 개입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세세함'도 지나치면 조직은 긴장하고 수직적 관계로 뻐근해진다. 그것은 소통이 이루려는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이라 해야할까? '소통'과 '만기친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박 시장에게 ’실행가‘에서 노련한 선장과 같은 ’행정가‘로 변신을 기대한다. 그의 행보는 늘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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