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종민 기자)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 CEO 연봉 상승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년 고용 절벽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기업 임금체계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30대 그룹의 인사·노무담당(CHO)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CEO의 고액 연봉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장관은 "일부 기업은 근로자들이 기업의 어려움 때문에 희망퇴직을 하는 상황에서 CEO는 수십억 원의 퇴직급여 받는다고 들었다"며 "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최근 일부 대기업 CEO의 고액 연봉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장관은 "고액 임금을 받는 상위 10%가 임금 인상을 1% 자제할 경우 약 6만 명 정도의 청년 취업 가능하다"며 "임금 인상을 3% 정도 자제할 경우 약 18만 명의 청년취업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위 10%의 고액 연봉자가 임금 동결에 합의하면 세제 혜택과 지원금 지급 등으로 화답해 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연구원은 상위 10% 근로자 135만명(평균연봉 8826만원)의 연봉총액이 119조원에 달하므로, 이들의 임금인상률을 3%포인트 낮추면 3조6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돼 최대 22만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계의 대승적 결단도 당부했다.
{RELNEWS:right}그는 "고용절벽에 처한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노동계도 외면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슬픈 현실"이라며 "고액연봉자의 임금 동결을 통한 청년채용 확대에 경영계와 노동계,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장관의 발언은 당부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주문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장관이 직접 당부를 했지만 발언의 무게감 등을 볼 때 사실상 주문에 가깝다"면서 "직원들에게는 임금 동결을 강요하면서 CEO에는 고액 연봉을 주는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기업 임금 체계에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CEO의 연봉은 경영 성과 등을 종합해서 산정하는 것인데 정부에서 연봉 상한선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