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원, 언론의 합작품
-총칼 이상의 의식을 훼손한 추악한 음모
-한국사회 파행을 바로잡아야 진정한 보상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안병욱 (前 진실화해위원장)
◇ 박재홍> '24년 만에 무죄 판결' 어제 언론들이 일제히 쏟아낸 헤드라인은 최근 그 어떤 정치, 경제 이슈가 아닌 유서대필사건의 주인공 강기훈 씨에 대한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이었습니다. 강기훈 씨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한 동료의 유서를 대필해 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고 1992년 징역 3년형이 확정돼 복역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재심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죠. 그리고 재심 권고 후 8년 만에 대법원이 강기훈 씨의 무죄를 확정한 겁니다. 어제 대법원의 무죄확정 판결, 이분도 남다른 감회로 보셨을 것 같습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한 분이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안병욱 위원장님을 연결합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 안병욱>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위원장님도 어제 대법원의 판결을 남다른 의미로 들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 안병욱> 수많은 국가폭력, 국가조작 사건들이 뒤늦게 법원에서 지금 다 일일이 무죄 혹은 국가의 혐의가 있었음이 인정되고 있는데요. 그런 사건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이 이른바 김기설 씨 유서 대필 사건이었죠. 말씀하신 대로 뒤늦게나마 24년 만에 진실의 일부가 밝혀졌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진실의 일부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그 일부는 뭔가요?
◆ 안병욱> 그러니까 이 사건은 크게 세 곳이 범죄와 관련이 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로 처음에 이것을 음모, 모의했던 검찰과 당시의 수구세력들. 그리고 두 번째로 이것을 뒤에서 응원해 줬던 보수언론, 그다음에 세 번째로 이런 명확한 허위 사건을 1심, 2심, 3심, 대법원까지 그대로 추인해 줬던 사법부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 세력들이 공모해서 만들어낸 세계적으로 터무니없는 웃음거리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대법원 판결에서는 그 가운데 너무나 명확한 증거가 있는 유서만 가지고 판단을 한 것이죠. 말하자면 우리가 역사적으로 24년 전의 이와 같은 엄청난 사기를 누가 했는가. 그리고 거기에 동원됐던 사람들의 범죄적 행위에 대해서 일일이 밝혀야 되는데요. 거기까지 가려면 우리 사회가 또 한참 더 많은 민주화가 돼야 되지 않겠습니까?
강기훈씨 (자료사진)
◇ 박재홍> 그러니까 이러한 부분들이 밝혀져야 앞서 말씀하신 일부의 진실이 아니라 완전한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가 했는가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왜 했을까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 안병욱> 그렇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크게 보면 1960년 4.19부터 시작해서 1987년 6월 항쟁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고 수많은 희생 속에 있었던 민주화 운동이죠. 우리 사회가 어떻든 민주화 운동으로 1987년 이후에 점차적으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회에서 한 40여년 동안 뿌리내렸던 수구나 기득권 세력들은 이걸 어떤 형태로든지 제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거죠. 거기에서 40년에 걸치는 민주화 운동과 민주화 운동 세력을 어떤 면에서는 통째로 뿌리부터 뒤흔들기 위한 음모를 이 사람들이 꾸며낸 것인데요. 그것은 총칼로 억누르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의 의식이나 정신을 훼손시켰다는 측면에서 더 큰 추악한 음모입니다. 그 기초 위에서 우리사회의 민주화 운동 세력들을 지금 거의 다 박살내버렸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올바름이 없어진 부분들은 결국은 거슬러 올라가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연장선상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수구 기득권 세력의 음모와 같은 행위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 안병욱> 그렇죠.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지금부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리고 당시 이 사건의 가해자들이라고 할 사람들. 지난 2013년 재심에서 강기훈 씨가 무죄판결을 받았을 당시에도 반성이나 사과가 없었지 않습니까?
◆ 안병욱> 그렇습니다. 그 사람들이 뻔히 알면서 재심 인용에 대해서 즉시 항고를 했고요. 고법에서 강기훈 씨 무죄판결이 나니까 다시 검찰이 대법원에 끌고 갔고요. 현재도 검찰은 여전히 이 문제에 있어서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검찰이 반성을 한다면 과거의 자기 선배들이 잘못했던 것에 대해서 석고대죄해야 할 텐데, 아마 또 다른 소리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실이 밝혀졌을 때 밝은 사회에서 살 수 없는 게 검찰 조직이기 때문이죠.
◇ 박재홍> 그리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경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안병욱> 김기춘 씨는 사과 정도가 아니고 저는 감옥에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법이 공소시효라는 게 있어서 우리나라 법으로써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김기춘 씨는) 유신헌법을 만든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나서 다시 초원복집에 관련됐던 사람이죠. 그러니까 70년대 이래 우리 사회의 암울한 것, 폭력적인 것, 국가 범죄의 핵심에 항상 김기춘 씨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성완종 사건에서도 또 나왔죠. 그러니까 그런 사람에 대해서 사법부가 처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사법부 처벌을 뛰어넘는, 보다 더 확실한 책임을 그 분에게 물을 수 있도록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무엇보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 강기훈 씨입니다. 간암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23년이라는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강기훈 씨. 과연 국가가 어떻게 보상을 해야 될까요?
◆ 안병욱> 올바른 삶을 살아가던 한 젊은이를 완전히 국가가 생명을 빼앗은 거 아닙니까?
◇ 박재홍> 그렇죠.
◆ 안병욱> 그것을 개인적으로 보상하는 것과 아울러서요. 24년 동안 우리 사회가 저지른 파행을 이제라도 분골쇄신해서 바로 잡는 노력을 했을 때 그것이 강기훈 씨의 희생, 피해에 대한 진정한 보상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이번 24년 만에 무죄판결을 통해서 또 우리 사회의 사법 정의를 다시 한 번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병욱> 네, 안녕히 계십시오.
◇ 박재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안병욱 전 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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