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가 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외출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중심 역할은 부정부패 척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무부장관직 연장선상에서 사정 정국을 이어간다면 총리 본연의 업무인 대국민 소통과 화합 등에 소홀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21일 황 후보자의 인선을 발표하면서 일성으로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적인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황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직무를 수행해오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부정부패 척결을 총리 인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은 것이다. 청와대가 황 후보자를 기용하면서 검찰 수사를 통한 사정 정국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도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부정부패 척결의 다른 말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정부패 척결은 오히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 더 걸맞는 다소 협소한 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직은 나라의 살림꾼으로 계층과 세대, 지역, 남북 관계 등 사회의 분열을 화합하고 아우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황 장관 인선에서 강조한 부정부패 척결, 정치개혁 등은 보편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용어이다"며 "달성하기 힘든 임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안전하게 보수 진영의 국민들만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 경제에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검찰 조직을 중심으로 사정 정국을 조성하면서 기존의 보수 진영을 타킷으로 안정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무총리가 사정 정국에 앞장섰을 때 부작용은 불명예 퇴진한 이완구 전 총리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전 총리는 임명 직후에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에 이은 금품수수 리스트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유탄을 맞고 70일 만에 물러났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완구 전 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발표 직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해질 만큼 총리가 사정의 전면에 나선 것은 검찰 수사에 부담감을 안겨준 꼴이 됐다. 청와대가 총리 인선에 같은 임무를 부여하면 이 전 총리의 쓴 과오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재직하면서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번번이 막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앞으로는 검찰 조직의 독립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 후보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 때 공직선거법 적용을 반대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마찰을 빚었고,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자 채 전 총장의 감찰을 주도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언급한 직후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해 구설수에 올랐으며, 이는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