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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네팔 노동자들은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사회 일반

    [행간] 네팔 노동자들은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오늘로 네팔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 꼭 한 달째가 되는데요. 전세계 구조대원들과 비영리단체 회원들이 네팔에 들어가서 복구를 돕고 있지만 정작 카타르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노동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합니다. 네팔 노동자들은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카타르의 네팔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건 왜 그렇습니까?

    ◆ 김성완> 월드컵 때문입니다.

    ◇ 박재홍> 월드컵이요?

    ◆ 김성완> 이게 무슨 얘기인가 하실 텐데요.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유치했지 않습니까?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지금 한창 월드컵 경기장을 짓고 있는 중인데요. 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네팔인들이라는 겁니다. 네팔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경기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겁니다. 네팔 노동자들이 지진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휴가를 좀 달라, 가족의 생사도 확인하고 숨진 가족의 장례식에도 좀 참석하고 돌아오겠다, 이렇게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요. 카타르 건설업체들은 제시간에 공사를 다 끝나야 한다면서 냉정하게 거절했다고 합니다.

    ◇ 박재홍> 글쎄요. 2022년이면 약 7년 남은 건데 너무 야박한 거 아닌가요?

    ◆ 김성완> 아무래도 사막지대에 경기장을 짓고 또 경기장 수도 굉장히 많으니까 그런 측면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카타르에서 일하는 네팔 건설노동자의 수가 4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 박재홍> 40만 명이요.

    ◆ 김성완> 그런데 이번에 요청을 해서 고국을 방문한 노동자는 500여 명에 불과합니다. 정말 적은 숫자죠.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카타르 도하에 있는 네팔 대사관에는 도와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고 하는데요. 보다 못한 네팔 정부가 그러면 휴가만 내주면 항공료는 우리가 대겠다, 제발 좀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도 끝내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네팔 정부가 국제축구연맹 FIFA에 카타르 정부를 좀 압박해달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네팔은 곧 장마, 우기가 시작되고 따라서 복구가 매우 급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이거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월드컵도 월드컵이지만.

    ◆ 김성완> 만약 카타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카타르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정말 비정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네팔 지진으로 지금까지 8700여 명이 숨졌고 1만 6000명이 다쳤다, 이런 통계가 나와있고요. 파괴된 건물만 76만 채라고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고요. 또 어제 외신을 통해서 들어온 소식을 보니까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한 140km 떨어진 람체 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답니다. 그런데 강이 막혀서 길이 2km가량의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는데 계속 물이 흘러내려오다 보면 홍수가 되잖아요. 그래서 인근주민 수천명이 고지대로 대피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고요.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곧 몬순이 시작됩니다. 몬순은 우리로 말하면 장마가 시작되는 거거든요. 매년 5월 말부터 6월 초에 있는데, 이렇게 되면 홍수가 발생할 수 있고 각종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네팔 노동자들이 제발 고향에 잠시 돌아가서 복구도 돕고 가족들 장례식도 참석하겠다고 하는데도 그걸 못 가게 막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이런 상황이면 국제사회가 나서서 카타르 정부를 압박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성완> 이게 오늘의 행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카타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자나라들이 다 안고 있는 문제인데요. 만약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무조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그 부자 나라들의 산업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줘라, 이렇게 나서기도 쉽지 않고요. 네팔 정부 입장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네팔 노동자들한테 ‘다 일 그만두고 고국으로 돌아와라.’ 이렇게 얘기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외국에 나가있는 네팔 노동자들이 네팔 국민을 먹여살리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으로 나간 네팔인들이 고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연 40억달러에 달합니다. 네팔 국내 총생산의 20% 맞먹는 규모거든요. 네팔은 UN경제사회이사회가 지정한 최빈국에 해당이 됩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연간 992달러 미만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하면 100만원 정도도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이렇게 큰 역할을 하는 네팔 노동자들을 그냥 불러들이지도 못하는, 오도 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 박재홍>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런 말씀인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가난한 나라에서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이중 삼중으로 발생하고, 그래서 더 어려운 일들이 겹치는 것 같아요.

    ◆ 김성완> 전세계의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한데요. 지금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또 아프리카 국가들의 노동자들이 좀 잘 산다고 하는 나라에 가서 노동을 하고 있거든요. 가난한 나라의 이주 노동자들이 한 2억명 정도가 됩니다. 세계은행 추산으로 보면요. 이렇게 해서 고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1년에 414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돈으로 지금 전세계 인구 7명 중에 1명, 그러니까 10억 명이 먹고 살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고생을 하면서 지금 이런 일들을 겪고 있는 건데요. 그래서 아무리 고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고국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인 거죠. 지금 네팔 노동자들의 모습은 우리의 60, 70년대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중동에서 건설붐이 일었을 때 우리나라 건설 노동자들이 굉장히 많이 가서 일했었잖아요. 그리고 파독광부나 간호사들도 그 시절에 굉장히 많은 고생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요. 그런 모습들, 그런 설움을 지금 네팔 노동자들이 겪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가 텅텅 비도록 청년들을 중동으로 보내라.’ 이렇게 해서 청년세대들이 굉장히 큰 반발을 했었잖아요. 중동의 부호국 두바이는 1인당 GDP가 10만달러가 넘습니다. 우리는 한 3만달러라고 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시민권도 안 주죠, 노동조합도 금지하죠, 노동자의 기본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시설에서 정말 고생하면서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현실들을 우리가 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요. 우리가 파독광부에 대해서 신문에서도 그렇고 굉장히 안쓰러움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는 감정들을 갖게 되고 또 그렇게 대하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도 네팔인 노동자가 2만 9000명이나 있습니다. 이런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우리도 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처우 문제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우리나라에 있는 노동자의 현실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이런 말씀이에요.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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