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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병원명 공개…'알 권리' vs '현장혼란' 충돌

보건/의료

    '메르스' 병원명 공개…'알 권리' vs '현장혼란' 충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진자가 보름 사이에 35명(4일 기준)에 달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관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병원과 지역명을 공개했을 경우 자칫 국민들의 과도한 우려로 인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은 국민의 알 권리와 빠른 사태수습을 위해서 오히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자료사진)

     

    ◇ 찌라시에 오른 병원 '업무마비'…병원명 공개하면 더 큰 혼란 일어날 것

    지방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 3일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SNS를 통해 이 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다녀갔다는 내용의 '찌라시'가 돌면서 "정말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느냐"는 전화가 폭증한 것.

    이 병원은 SNS에 이름이 돌기 시작하면서 외래환자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A씨는 "이번 사례만 봐도 병원명을 공개할 경우 아무도 그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고 불안감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병원도 당일 응급실이나 외래진료가 20~30% 급감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병원명 비공개로 인한 고민은 근거가 없다"며 공개 요구를 일축했다. 공개할 경우 근처 주민을 중심으로 공포감만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해당 병원에 '낙인'이 찍히면서 병원 운영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든다. 이럴 경우 병원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메르스 환자를 신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병율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개를 하게 되면 환자가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또 감염 의심자가 혹시 병이 옮을까 봐 해당 병원을 찾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면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해 전염병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 교수는 또 "신종플루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의심환자를 지정병원으로 데려갔는데, 소문을 어떻게 알고 주민들이 나와서 환자가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은 사례도 있었다. 결국 가건물을 만들어 치료해야 했다"며 제대로 된 의료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7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무능을 규탄하고 감염병원 및 경로 등 관련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국민의 알 권리 위해 공개해야… "공개한 뒤 적절한 조치 취하면 오히려 혼란 줄어들 것"

    반면 관련 병원명과 해당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든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메르스 혼란 사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정보가 알려져서가 아니라, 정부의 초기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안전사회시민연대 최창우 대표는 "처음부터 병원명을 공개함과 동시에 감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홍보하고 더이상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병원명이 이미 음성적으로 SNS 등을 통해 다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숨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피해 병원이 늘어날 뿐"이라고 비판했다.

    공개해야 한다는 측은 메르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관련 병원을 알려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예방 대책을 세우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오히려 국민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이경민 간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문제는 (공개 여부가 아니라) 정부의 대응 자체가 미흡하다는데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90% 이상, 공공병원이 10% 정도다. 민간병원의 영업권 손실방지 등 이해논리에 압도당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메르스 감염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보공개 압박도 나오고 있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해 19명의 메르스 감염 의심자를 격리 조치한 홍콩은 한국 정부에 발병병원 명단을 요구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권 "신중해야" vs "정보 공개해야" 맞서

    한편 메르스 논란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지난 4일 여야 각각 메르스와 관련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이날 오전 '메르스 비상대책 특위 및 전문가 합동 간담회'에 참석해 "일반 국민에게 (병원명을) 공개할지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암질환 등 다른 중증질환 환자의 입·퇴원이 자유롭지 않고 메르스를 진료하기 꺼리는 병원이 생겨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김무성 대표도 "공개방침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 있게 사태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의 '비공개 원칙'을 비판하며 메르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도대체 국민을 뭘로 알고 이따위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는지 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환자를 수용했던 병원과 정부가 독점하는 모든 정보를 국민 앞에 진실되게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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