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당국이 메르스 발생 병원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날 조짐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B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문가들과 함께 좀 더 심사숙고하는 그런 논의과정을 좀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이 거론한 B의료기관은 최초 감염자였던 1번(68) 환자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경기도 평택의 한 종합병원이다.
4일 오후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35명의 환자 가운데 무려 27명이 B병원에서 메르스에 전염됐다. 1번 환자로부터 전염된 '2차 감염자'는 여기에 C병원의 의사인 5번(50) 환자까지 합쳐 28명이다.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의료기관을 위해 의료기관명 공개를 꺼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환자들의 불편이나 애로사항이 발생할까 우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의료기관들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병원감염이 B의료기관으로부터 파생돼 넘어오는 상황"이라며 "B의료기관이 핵심이라고 현재 판단한다"는 말로 제한적 정보공개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권 반장은 이어 "B의료기관이 지난달 29일에 휴원을 했다"며 "그 사이에 전파가 계속됐다면 또다른 원내감염이 B의료기관과 연관돼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인들이 격리대상인 환자나 병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확진 환자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반 시민에겐 병원 이름 등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B병원만 공개한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 대부분이 SNS나 포털 등을 통해 '익명 처리' 중인 병원 상당수의 '실명'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B병원은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