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지만, 12일까지 당국의 별다른 조치는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을 비롯한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은 물론, 경유 병원 일부에 대해서도 정밀 역학조사나 폐쇄 등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36명의 환자를 낸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지난달 29일 병원의 자진 휴업을 기점으로 사실상 폐쇄됐다. 당국은 메르스 발생 보름 만인 지난 5일 이 병원에 대해 정밀 역학조사도 실시했다.
당국 조사 결과 최초 환자가 머물렀던 병실은 밀폐된 공간이었고, 병실 에어컨 필터에선 메르스 유전자 조각 RNA가 검출됐다. 병실밖 화장실 변기나 복도 손잡이 등에서도 다수의 RNA가 묻어나왔다.
당국의 가설인 '최초 환자와 2m 이내'에서 밀접 접촉한 이들뿐 아니라, 같은 병동에 있던 불특정 다수까지 감염된 배경을 짐작케 하는 결과였다.
이에 따라 당국은 그간의 비공개 방침을 버리고 부랴부랴 평택성모병원의 이름을 공개했고, 감염 위험 기간 방문자들의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선 180도 달랐다. 삼성서울병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122명의 환자 가운데 55명의 환자를 냈다.
이미 평택성모병원보다도 훨씬 많은 환자를 낸 데다, '전국구 병원'이기 때문에 각 지역에 메르스를 전파시킬 가능성도 더 높다.
하지만 당국은 평택성모병원 때와 달리 폐쇄는 물론, 전수조사나 정밀 역학조사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조사단이 오는 13일까지 닷새간 관련 토론 및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평택성모병원의 경우처럼 현장 실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된 바 없다. 이마저도 당국 차원의 조사는 아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평택성모병원도 자진 휴원을 했을 뿐이지, 우리가 폐쇄 조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조치를 할 뜻이 없음을 간접 시사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선 전날 '응급실내 감염'이 아닌, 정형외과에 외래 방문했던 115번(77·여)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병원측이 CCTV 화면을 자체 조사한 결과, 이 환자는 엑스레이를 찍고난 뒤 응급실 구역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엑스레이 기기나 화장실 이용 과정에서 전염이 이뤄졌다면, 삼성서울병원 역시 평택성모병원처럼 원내 3차, 4차 감염이 다반사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평택성모병원의 에어컨 필터와 손잡이에서 다수의 RNA를 검출한 당국이라면, 더 많은 감염자를 내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역시 즉각 응당의 조치를 취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방치하는 걸 두고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