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자동차회사인 BMW그룹의 '호흡'(breathing) 시스템과 '근무시간계좌제'(Working Time Account)가 주목받고 있다.
BMW 대표공장인 딩골핑 공장에서는 생산직 근로자 6600여명이 2교대로 나뉘어 하루 1600여대의 차량을 조립·생산한다.
이 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이른바 '호흡'시스템과 탄력적 '근무시간계좌제'에 맞춰 일을 한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가고 들어가는 게 자유롭다는 뜻에서 '호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시스템은 작업량이 폭증할 때 인근의 다른 BMW 공장에서 근로자들을 파견받아 일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독일 바이에른 주에는 딩골핑 외에 뮌헨, 레겐스부르그, 란츠후트 공장이 들어서 있다.
각 공장은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상호 교환근무가 가능하다. 심지어 공장 직원이면 다른 나라의 BMW 공장에서도 일할 수 있고 본사도 이를 지원한다.
이같은 유연성은 근로자 개인에게도 그대도 적용된다.
BMW의 공장 근무자들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35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근로시간 계좌'에 적립할 수 있다.
불황 등으로 근무시간이 줄면 이미 적립해 놓은 시간으로 급여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월급이 줄지 않을 수 있다. 또 마이너스 통장처럼 연간 최대 200시간까지 시간을 '대출'받아 쓸 수도 있다.
1995년 이 시스템을 도입한 BMW는 고용 안정과 우수인력 유치를 이룰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성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작업자를 중심에 놓는 BMW 공장의 운영 철학은 조립라인에서도 구현됐다.
근로자가 차체에 맞춰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가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차체의 높낮이와 각도가 조절되는 방식이다. 작업자의 키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조절되고 작업자가 정면을 바라보고 일할 수 있도록 차체가 10, 15, 25도 등으로 기울어지도록 한다.{RELNEWS:right}
조립작업장 책임자인 로버트 퀴셀 팀장은 11일(현지 시간) "작업자들이 무거운 것을 들 필요가 없다. 시트와 차체의 결합 등 힘이 들어가는 일은 로봇이 다한다"고 소개했다.
노사는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회사의 주요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방향성을 논의한다고 BMW 측은 말했다.
이런 노사간 전통은 BMW그룹이 최대 경영위기에 몰렸던 1959년 겨울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당시 노조는 스스로 임금 동결을 선언하고 회사를 회생하기 위해 뜻을 모았고 그 덕분에 BMW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BMW 측은 "이때부터 노사가 각자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상생의 길을 걸으며 동반성장했다"고 전했다.